이란과의 경기 이전에 이미 이 대회의 진출을 결정지었던 남한이 이란과의 경기에서 패했더라면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북한을 이겼더라면 아시아에서 강팀이라고 자랑하는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대회에 나갔을 것입니다. 이날 남북한은 동시에 기적을 일으켜 낸 셈입니다.
테헤란 경기장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이런 기후에 습관 되지 않은 많은 국가 원정팀들에 이곳은 죽음의 경기장으로 악명이 높은 곳입니다. 이란은 한국과의 경기 전에 한국 팀을 꼭 이겨서 '지옥의 맛'을 보여주고 이란이 한국과 같이 선수권 대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한국 내에서도 "한국은 이미 대회 참가를 결정지었는데 아글 타글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하는 소수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과 한국 선수들은 무조건 이란에 이겨 남북이 동시에 대회에 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그날, 테헤란 경기장에서 한국 선수단의 수장 박지성 선수는 선수들에게 "우리가 오늘 경기에서 꼭 이겨 북한이 선수권 대회에 나가는 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자"라고 말했고 모든 한국 선수들이 "응당, 그렇게 해야 한다"며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한국 선수단은 먼저 한 골을 내줬지만 포기하지 않고 죽기 살기로 싸웠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 박지성 선수가 멋진 골을 넣었고 경기는 1 대 1로 끝이 났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이란 팀의 고트비 감독은 "한국 팀의 무서운 에너지로 인해 이란의 선수권 대회 참가 희망은 하늘로 날아갔다"고 한탄했습니다. 이란 감독이 한국의 불굴 의지를 인정한 것입니다.
북한 선수단 역시 원정에서 사우디와 잘 싸워 무승부를 이뤄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북한 공격수 정대세 선수는 "한국의 박지성 선수에게 정말 고맙다. 같은 민족으로 남아프리카에 갈 수 있다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고 말했고 이 말은 전해들은 박지성 선수도 "고마워할 필요가 없다"고 화답했습니다. 이날 경기 후 한국의 모든 신문방송은 "남북한 모두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간다. 이는 민족의 경사"로 대서특필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남한 사람들의 가슴 깊이 자리 잡은 뜨거운 민족애의 감정입니다. 남한 사람들은 같은 동포로서 가능한 모든 부분에서 북한을 도우려 애쓰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분명 한겨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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