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BBC 한국어 방송, 세계를 보는 통로가 되길

영국 공영방송국인 BBC가 9월 25일부터 한국어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중파와 단파 주파수로 방송 되는데요. 단파로는 매일 밤 12시에서 3시까지 그리고 중파방송은 매일 새벽 1시에서 2시까지 한국말로 방송이 나갑니다. 외국에 체류해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이라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인터넷 창에 bbc.com/korean을 입력하면 한국어로 된 BBC 사이트에서 각종 정보와 보도들을 읽을 수 있습니다.

BBC 한국어 방송의 시작은 수 많은 사람들의 오랜 노력이 뒷받침이 돼 가능했습니다. 북한의 인권증진을 위해서 일하는 영국과 다른 여러나라의 시민단체들과 국내외 북한인권 활동가들과 전문가들 그리고 영국 정부와 의회가 지난 2013년 말 경부터 BBC 한국어 방송의 필요성을 알리는 선전홍보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초부터 기자를 모집하는 등 실질적인 준비를 거쳐 드디어 방송이 개시 됐습니다.

BBC의 라디오 방송은 한국말로 방송하지만 남북한 청취자 양쪽을 다 겨냥한 것은 아닙니다. BBC 방송은 북한 주민들을 위한 정보유통의 자유, 알권리,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는 방송으로 공정한 관점으로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한 정보들을 더 많은 북한주민들에게 여과없이 전달해 주기 위한 방송입니다. 북한에도 언론이 존재하긴 하지만 모두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제시하고 영도하는 대로만 보도해야만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북한에 독립적인 언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공정한 민간 언론을 허락할 것을 북한당국에게 권고한 바 있습니다.

외부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 사회와 일반주민들의 생활이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장마당을 중심으로한 경제활동에서 비교적 활발한 움직임이 보이는 것을 말하는데요. 최근의 사회적 변화와 비교해 봤을 때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부문이 바로 북한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정보유통의 자유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몇년간은 단속과 통제가 더 심하다는 소식들만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북한에는 독립적인 민간언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주민 각자가 요령껏 접하는 외국 정보가 유일한 정보유통의 통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당국은 109상무를 동원해 중국에서 들여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중국 손전화 통화를 더욱 철저히 검열하고 통제한다는 소식을 빈번히 듣고 있습니다. 예컨대, 중국 영상물을 대량으로 소지하고 주변에 확산시키는 일을 했다면 노동교화형 2년에서 5년형까지 받을 수도 있다고 내부 소식통들이 전합니다. 그리고 9월 하순 경에는 국경지역에 최신 성능을 갖춘 전파탐지기를 수입해 들어와서 중국 손전화로 통화한 위치까지 추적하고 실시간 문자 전송까지 잡아낸다고 합니다.

이것을 보면 북한당국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적나라하게 알 수 있습니다. 주민들이 세상을 제대로 알고 외부 세상과 북한 사회의 모습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인지력을 갖추는 것이겠지요. 외부세계에 대해서 더 많이 알수록 외부세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나 관점들을 더 잘 알 수 있게 되고 다양한 생각들을 알게 된다면, 어느 것이 바른 것인지 그른 것인지, 또는 더 좋은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북한당국이 두려워 하는 것이 바로 주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와 문화적 자료들, 전화통화까지 철저히 차단해서 아예 무지몽매한 상황에서 당국이 독점하고 있는 정보만 알도록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하지만 정보유통의 권리, 알권리,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가질 권리는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누리고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인권입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일터로 가면서도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지구의 모든 나라 사람들의 현실을 말합니다. 북한주민들만 당국이 독점해 왜곡한 정보에만 노출돼 세상의 정보에는 차단되어 있는데요. 자유아시아방송은 물론이고 새로 시작한 BBC 한국어 방송이 북한 청취자분들이 세계와 함께 숨쉴 수 있는 숨통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