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북한의 지뢰도발

김태우·동국대 석좌교수
2015.08.19

남북관계에 격랑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8월 4일 군사분계선 남쪽 440m 지점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한국군 수색대원 2명이 다리를 절단하는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지뢰는 비무장지대(DMZ)내 남측 추진철책의 통문 앞에 매설되어 있었는데, 통문은 수색대원이 드나드는 추진철책의 출입문입니다. 한국 국방부는 지뢰가 한국군 수색대가 드나드는 통과로에 매설되었다는 점을 중시하고 정밀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폭발한 지뢰는 북한군이 사용하는 목함지뢰임이 드러났고, 남쪽이 북쪽보다 높은 지역이어서 빗물에 유실되어 떠내려왔을 가능성도 없었습니다.

북한이 2010년 한국해군의 천안함을 공격하여 침몰시킨 사건에 이어 또 다시 당장 결과가 드러나지 않는 시차공격 방식으로 무력도발을 한 것입니다. 조사를 마친 후 한민구 국방장관은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8월 10일에는 11년 만에 대북심리전 방송을 재개했습니다. 정치권의 대응도 신속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야당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북한규탄 결의안을 제출했고 이 결의안은 국방위와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었습니다. 물론, 북한의 반응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북한은 전선서부지구사령부 명의의 전통문을 통해 자신들은 지뢰폭발과 무관하다며 발뺌했고, 조선인민군 전선부대 공개담화, 국방위원회 정책국 담화 등을 통해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조준타격을 가하겠다” “통째로 불바다를 만들겠다” 등을 협박을 쏟아냈고 17일에는 대남방송을 재개했습니다. “자신이 있으면 전장에 나와서 맞붙어보자”라는 오만방자한 폭언도 쏟아냈습니다. “사건 현장의 한국군 장병들이 주어진 각본대로 연기하는 것 같았다”면서 자작극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 70주년 8.15 경축사를 통해 북의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DMZ 생태평화공원을 만들고 남북한 도로와 철도를 연결하여 교류를 확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6만명 이산가족 명단을 전달하려 하니 북한이 이를 수락하여 정기적 만남이 이루어지도록 하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문제들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제안을 잊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16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비무장지대에서 돈벌이를 하겠다는 정신 나간 망발”이라면서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이렇듯 이번의 지뢰도발 사건은 남북이 함께 기념하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를 기대했던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도발 소식에 지금 한국여론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고작 방송을 재개하는 것이 혹독한 대가냐”면서 강력한 응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후에도 ‘자작극’이라고 주장했고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이런 주장이 맞다면, 한국군이 2010년 당시 46명이나 되는 부하들을 죽이면서 스스로 천안함을 폭파한 것이 되고, 이번에는 두 명의 장병들을 불구로 만들면서 스스로 지뢰를 매설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북한의 이런 황당한 주장에 대한민국 국민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북한은 한국의 대북방송 재개가 2004년 남북군사회담의 합의를 깨는 행위라고 비난하지만 2004년 이후에도 끊임없이 해킹공격, GPS 교란 등을 해온 북한이 이런 항의를 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한국 국민은 60년대 청와대 기습사건, 울진삼척무장공비 침투사건, 70년대 판문점 도끼만행, 80년대 랑군 폭탄테러와 대한항공 858기 폭파 사건,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이 저질러온 수많은 무력도발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970년대에 남북대화를 하면서도 남침용 땅굴을 팠고, 1991년에 함께 서명한 「비핵화공동선언」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핵무기를 만들어 핵실험까지 강행한 것은 온 세계가 보고 있는 사실이며, 지금도 한국사회를 흔들기 위해 사이버공격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남북한은 협소한 한반도를 양분하고 있는 동족의 분단국입니다. 이런 한민족에게 통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민족적 염원이지만, 분단 동안에는 상생을 통해 상호간 이익을 공유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국민은 북한이 핵무기를 내려놓고 무력도발을 포기하면서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개방을 받아들이기를 간절히 소망해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정권이 핵위협을 앞세우고 ‘남조선 혁명’을 외치면서 무력도발을 계속하는 한 군사적 긴장은 불가피합니다. 남북의 평화로운 상생을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도발을 통해 남북관계를 지배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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