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여성대통령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12.12.24

남한에서 사상 첫 여성대통령이 탄생했습니다. 12월 19일, 남한주민들의 비상한 관심 속에 진행된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남성인 문재인 후보보다 107만 표 더 많이 받아 당선되었습니다.

세계에는 여성 대통령이나 총리가 생각보다 매우 많습니다. 널리 알려진 영국의 대처 총리, 현재 독일에서 재집권한 메르켈 총리를 비롯하여 59명의 여성들이 국가지도자로 활약했습니다. 그러나 가부장적인 전통이 강한 동북아시아, 중국, 일본, 한국에서 여성이 국가지도자로 선거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제사회도 동북아에서 처음으로 여성대통령이 당선되었다는데 초점을 두고 선거결과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사실 선거를 통해 국가지도자로 선출되는 과정은 매우 어렵습니다. 북한은 국가지도자도 세습하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당이 임명하다시피 합니다. 때문에 개인의 능력이나 주민들의 의사가 별로 중요하지 않고 따라서 자리를 차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되자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그러자면 후보자의 정치적 능력, 강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이어서 정치적 후광을 입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부정적 영향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남한주민들의 반수는 박정희를 산업화를 이끈 지도자로 평가하지만 반수는 민주주의를 가로막은 유신독재자였다고 비난합니다. 이번에 그 어느 때보다도 달아올랐던 선거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정치적 후광이 아니라 박근혜의 정치적 능력이었습니다.

박근혜를 여성대통령으로 내세운 것은 또한 남한주민들의 시민의식이었습니다. 가부장적인 사고가 사회를 지배한다면 아무리 여성이 능력이 있다고 해도 결코 대통령으로 선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남한주민들은 여성인 박근혜에게 표를 주었습니다. 즉 남한주민들은 남성과 여성 즉 성별을 떠나서 그의 능력을 위주로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을 정도로 민주의식이 성숙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남한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이 제 3세계 나라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모델로 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유신독재로 세상의 비난을 받던 남한이 민주화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는 것은 그보다 덜 알려졌습니다. 남한주민들은 경제발전 속도에 비해 민주화 속도가 늦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사실 민주화 수준은 상당히 높습니다. 남한은 선거를 통해 평화적인 권력교체를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도 법을 어기면 검찰의 수사를 받습니다.

새 대통령이 출현하면 주민들은 여러가지 희망을 갖습니다. 여성들은 박근혜의 출현으로 여성의 정치적 지위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박근혜가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자가 특별히 여성에 관한 정책을 펴지 않는다 해도 여성도 국가지도자가 될 수 있으며 실지 잘해냈다는 것은 그 어떤 이론이나 말보다 여성의 정치참여의 가능성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데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입니다.

북한은 남녀평등권 법령이 실현되어 여성이 실질적인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나라라고 자랑해왔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 나라 특히 남한은 여성들이 차별을 받는 나라라고 비난해왔습니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여성대통령을 선출한 나라는 북한이 아닌 남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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