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국산화와 개방

김현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2016.02.01

최근 북한이 자강력 제일주의를 주장하면서 국산품을 자랑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TV와 신문들에서는 창광상점에 국산상품이 가득 차 있고 세계적 수준에 도전하는 최우수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북한제품이 정말 세계적 수준인지 북한주민들부터 의문스러울 것입니다.

지금 청소년들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1970년대까지만 해도 북한의 상점에는 외국상품이 없었고 그것을 자랑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외화상점이 생기고 외국상품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제를 써 보니 북한제는 다시 쓰고 싶지 않을 정도로 낙후했습니다. 주민들은 외국제에 열광했습니다. 게다가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국산품생산은 나날이 줄어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북한 돈을 비싼 외화나 외화바꿈돈과 바꾸어 외국상품을 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시장은 중국제가 점령했습니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70~80%에 달하고 주민들은 중국제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최근 들어 북한이 국산화를 부쩍 강조하는 주되는 이유는 중국에 대한 이러한 의존에서 벗어나려는데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실험에 대한 대답으로 국제사회는 강력한 경제제재를 예고했습니다. 만약 중국이 국제사회의 요구대로 북한에 대한 제재에 동참한다면 북한은 경제적 위기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적 위기는 정치적 위기로 확산될 것입니다.

그러나 국산화가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어 가고 있는 오늘 국가가 우격다짐으로 국산품을 애용하라고 강요할 수 없습니다. 지금은 나라들 사이에 상품교역이 나날이 확대되고 있어 어느 나라에 가보아도 세계 각국의 다종다양한 상품이 차 넘칩니다.

남한만 보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공업품은 물론 식료품, 과일, 없는 것이 없습니다. 그것으로도 만족할 수 없어 사람들은 집에서 인터넷으로 다른 나라에서 직접 상품을 구입합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서울에 앉아서도 미국, 독일, 중국 현지의 상품을 주문할 수 있고 주문상품은 며칠 안 되어 택배로 정확히 집에 도착합니다. 그렇게 하면 더 마음에 드는 상품을 더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국산품을 쓰게 하려면 상품의 질을 높이고 가격은 낮추어야 합니다.

국산품의 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오늘 기업들은 자기 나라뿐 아니라 세계의 기업을 대상으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잘 나가는 대기업도 언제 퇴출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세계에서 자동차업계 1위를 자랑하던 미국의 포드회사도 역사의 뒷길로 사라지고 있고 핸드폰 세계시장 점유율 1위였던 핀란드의 노키야 회사는 남한의 삼성과 미국의 애플에 밀려 파산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의 핸드폰 회사인 샤오미가 남한의 삼성핸드폰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제일꾼들과 기술자, 노동자들은 세계를 모릅니다. 북한사람들은 북한밖에 나가본 적도 없고 지어는 인터넷이나 TV 조차도 마음대로 보지 못합니다. 세계에서 개발되는 상품이 어떤 것인지 써보지 못한 것은 물론 눈요기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떤 상품을 좋아하는지는 더더욱 모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적 수준의 상품을 바라는 것은 마른 나무에서 꽃이 피기를 희망하는 것과 같습니다.

북한지도부가 정말 국산화를 하고 싶다면, 정말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내고 싶다면 개방부터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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