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공정한 실력 경쟁

김현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2017.09.04

최근 남한에서는 정부의 교육정책 변화를 둘러 싸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무원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수능시험개편안, 임시직인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교사로 전환, 북한의 1고등학교와 맞먹는 자사고, 특목고 폐지안 등을 둘러싸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쟁의 주요 쟁점은 과연 어떤 제도가 학생들이 공부한 만큼 정확히 평가해주는 공정한 제도인가 하는 것입니다. 남한학생들의 학습 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습니다. 하루 4시간 자면 대학에 입학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이 유행될 정도로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도 치열합니다. 그러므로 주민들은 대학입학시험제도, 특수학교제도, 교원임명제도를 얼마나 공정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조금이라도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남한주민들은 실력경쟁만이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해주는 가장 공정한 제도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실제로 남한에서는 엄격한 시험에 의해서 모든 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하고 오직 실력만으로 학생을 선발해서 대학에 입학시킵니다. 직장취직도 시험성적에 의해 좌우됩니다. 그러므로 남한 학생들의 학습열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열은 남한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다릅니다. 얼마 전 남한의 한 연구소에서는 최근 남한에 입국한 북한주민들을 대상으로 북한에서 경제적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결과 북한주민의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직위였고, 2위는 권력층과의 안면관계, 3위는 출신성분이었습니다. 교육수준은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 교육수준은 사람들의 운명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교육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남한에서는 국가에 의한 무료의무교육제가 북한보다 퍽 늦게 실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민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물론 거의 80%에 달하는 학생들이 대학으로 진학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일찍부터 국가가 전반적 무료 의무교육제도를 실시했지만 교육수준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국가의 인재 등용이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는 간부를 임명할 때 실력보다는 성분을 우선시했습니다. 또한 과학자, 연구사보다는 당이나 보위부 보안서 검찰소와 같은 권력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은 권력기관에 들어가 출세해야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권력기관에 들어가는 데서 실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부정부패가 확산되면서 대학 입학을 결정하는 데서 실력보다 권력과 재물이 더 힘을 내게 되었습니다. 졸업 후 배치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풍토는 교육수준을 하락시키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잘해도 희망하는 대학에 갈 수 없고 설사 희망하는 대학에 갔다 하더라도 졸업 후 실력이 필요 없는 제도 하에서 학생들의 학구열이 높아질 수 없습니다.

북한에서도 늘 강조하고 있지만 교육은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줍니다. 교육은 인간이 지닌 소질과 가능성을 발달시켜 가치 있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누릴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인간은 교육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배양하여 사회의 발전과 향상을 위해 기여할 수 있게 됩니다. 교육은 국가의 정치발전과 경제성장의 바탕으로 됩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12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등 교육을 발전시키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좋은 정책은 공정한 실력 경쟁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남한의 교육발전상황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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