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북한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6·15 선언의 무조건적 이행을 요구하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되었기 때문에 이 선언의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저의 논평에서는 6·15 선언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 몇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6·15 선언이 남북한 지도자들의 부도덕한 만남의 산물이라는 점입니다. 아시다시피, 김대중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대가로 김정일 위원장에게 5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과 현물을 제공했고, 그 사실도 비밀에 부쳤습니다. 6·15 선언이 탄생한 과정이 비정상적인 만큼, 그 선언의 타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6·15 선언으로 인해서 남북대화의 역사도 단절되었습니다. 이 선언 이전에는 남북간에 새로운 합의를 해도 반드시 이전 정부에서 체결한 문건을 언급하고 합의정신을 계승했습니다만 6·15 공동선언은 그렇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1991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는 1972년에 만들어진 7·4 공동성명을 명시하고 있지만, 6·15 선언은 기본합의서와 7·4 성명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 사이의 유사성을 확인한 6·15 선언 제2항에 대해서도 지적이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남한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통일방안인 3단계 '공화국연합제'를 갖고서 6·15 선언에 합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6·15 선언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지낸 인사의 증언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합의내용을 설명하면서, 김정일과의 협상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구상해 온 3단계 통일방안에 대해 설명했고, 1단계는 현재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남한의 통일방안에는 '연합단계'라는 표현은 있어도 '연합제'라는 말은 없고, 김대중 대통령의 개인적인 통일방안인 공화국연합제에만 '연합제'라는 표현이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글자 한 자 한 자가 중요한 남북간 합의에서 '연합단계'와 '연합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고 그 내용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습니다.
만약 김대중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남한의 공식 통일방안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통일방안인 공화국연합제를 갖고 북한과 협상했다면, 6·15 선언의 법적 타당성은 인정될 수 없습니다. 또한 절차상의 정당성을 결여한 만큼, 6·15 선언을 토대로 한 이후의 모든 합의도 그 정당성을 보장받지 못하게 됩니다. 이제는 6·15 공동선언을 둘러싼 모든 의혹이 명쾌하게 해소되어야 합니다. 북한이 더 이상 6·15 선언의 이행을 핑계로 남북대화를 거부하지 말고 당시의 협상과정을 낱낱이 공개할 것을 촉구합니다.
0:00 / 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