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북한 조직생활 이미 붕괴돼

란코프 ∙ 한국 국민대 초빙교수
201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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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17일 사망한 김정일 시대의 북한을 김일성 시대와 비교해보면 차이점이 많습니다. 그 차이점 중의 하나는 조직생활의 약화입니다. 1960년대 말부터 북한의 조직생활은 엄격했습니다. 사실상 조직생활 자체는 김일성체제 북한의 특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자라난 소련에서 조직 생활을 해야 했던 사람들은 공산당원들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이 보기에 소련 공산당 당원들의 조직생활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당원들뿐만 아니라 주부든, 농민이든, 광부든 무조건 조직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생활 총화를 해야 하기도 하고 정치 학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조직생활에 대한 당의 요구는 지금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모든 북한 사람들이 잘 아는 바와 같이 조직생활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1970년대 초 조직생활을 절대화한 사람은 김정일입니다.

그렇다면 왜 김정일 시대가 시작된 이후에 조직생활이 많이 약화되었을까요? 기본적인 이유는 조직생활의 성격입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조직생활이 생산을 향상한다고 주장하는데 사실상 조직생활을 관리하는 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더 큽니다. 조직생활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간부들이 필요합니다. 또 엄청난 시간이 낭비됩니다. 매주 조직생활을 감시하기 위해 총화와 정치 학습 등에 5시간에서 10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이제는 북한의 경제가 무너져 조직생활 유지를 위해 투자할 자원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조직생활을 감시해야 하는 간부들은 당에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자 돈을 버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주민들도 조직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북한 지배계층은 조직생활의 약화가 당면한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체제유지 조건 가운데 조직 생활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생활이 유지되어야 폐쇄된 가치관을 주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고 장기적인 체제유지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는 조직생활이 약화되는 것을 막을 능력이 없습니다. 자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북한 사람들은 김정일이나 김일성의 업적을 외우는 것보다 북한 사회의 진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은 점차 대중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은 북한사회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키워 주었습니다. 앞으로 김정은 체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간단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북한 주민들은 북한의 정치체제가 더 크게 변화될 때까지 아직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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