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김정남의 꼼수

란코프 ∙ 한국 국민대 초빙교수
2012-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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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이 책은 김정일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에 대한 책입니다. 책의 저자는 일본 기자인 코미요지입니다. 책 내용의 절반 이상은 김정남과의 회견과 그가 쓴 편지로 채워졌습니다. 김정남은 1970년 5월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 여배우 성혜림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는 러시아와 스위스에서 유학을 마치고 1990년대 말부터 중국 마카오에서 체류하고 있습니다. 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북한으로부터 적지 않은 돈을 받는 모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여 년 전부터 김정남은 북한과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한 것처럼 보입니다. 2004년 이후 김정남은 가끔 외국 기자들과 만나서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게 북한 국내외 현황을 분석하는 회견을 합니다. 김정남은 아버지 김정일에 대한 비판을 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을 매우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예를 들면 김정남은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한다면 경제를 살릴 수 있지만 개혁과 개방이 북한 체제의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언론에 여러 번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그 때문에 김정남은 북한 정권이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통해 발전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김정남의 회견이나 책을 보면서 강력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김정남은 왜 이러한 태도를 취했을까? 사실상 세습독재자의 장남으로 태어난 김정남은 세습정치에 참가할 수도 있었거나 아니면 북한에서 보내온 돈으로 마카오에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그가 왜 외국기자들과 만날 때 북한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는 것일까요?

제가 보기에 김정남은 북한 체제에 도전할 사람은 아니지만 반 인민적 북한 체제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는 북한 역사를 비극으로 봅니다. 또 김정남은 북한 체제를 개선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개혁과 개방에 대한 시도가 체제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유감스러운 사실을 알게 된 김정남의 심정은 어떨까요? 그는 자신이 북한 체제로부터 벗어나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외국에서 체류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대부분 북한 주민들과 달리 그는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특권층입니다.

김정남은 북한 사회의 지도자에게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궁핍 속에 있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그나마 양심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살인적이고 탄압적인 북한 정치로부터 도피했습니다.

어쩌면 더 개인적인 선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 체제는 지속 불가능한 체제입니다. 조만간 북한의 세습정권은 무너질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김일성 일가는 궁지에 몰리게 될 것입니다. 김정남은 해외에 거주하면서 북한 정치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북한 체제가 무너진 다음에도 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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