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거짓 약속 남발하는 북 지배층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4.06.19

옛날부터 세계 어느 나라이던지 정부와 집권계층은 인민들에게 달콤한 약속을 하는 것을 엄청 좋아합니다. 정말 지킬 수 있는 약속도 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약속도 많이 하고 가끔은 처음부터 지킬 생각마저 없는 약속까지 합니다. 위정자들이 이처럼 약속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더 좋은 생활을 약속해야만 인민들한테서 지원과 인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도 정치인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지키기 불가능한 약속을 하는 지배층은 단기적으로는 인민의 지원을 얻을 수 있고 결국에는 인민들이 이 약속을 잊어버리게 될 것으로 희망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세계에서 어디에든지 볼 수 있지만 북한 지배자들만큼 약속을 좋아하는 정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북한정권은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약속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킨 약속은 거의 없습니다.

아마 제일 유명한 약속은 김일성 주석이 1960년대에 한 약속일 것입니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북한 주민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비단 옷에 기와집에서 살게 하겠다” 약속하였습니다. 그가 이 약속을 한지 50년 넘었지만 정말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사람들은 극소수의 고급간부나 장사꾼들뿐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에는 김일성주석을 비롯한 북한 사람들이 거의 사치품으로 생각했던 쌀밥에 고깃국은 지금 중국에서도, 남한에서도 누구든지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아직 누구나 다 먹을 수 없습니다.

김정일도 약속을 잘 하는 지도자였습니다. 그는 2012년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그전에 어려웠던 북한 경제가 2012년에 들어서게 되면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이 벌써 지나갔습니다. 북한이 2012년에 갑자기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북한 사람들이 정말 한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북한 언론은 강성대국을 건설하는 이야기를 지금도 많이 했지만 2012년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습니다.

북한 정부가 이처럼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많이 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북한 경제는 만성적 침체를 극복할 수 없고 세월이 갈수록 남한을 비롯한 고속 성장하는 나라의 경제보다 더욱 심하게 뒤떨어져 있습니다. 북한도 역시 이러한 경제침체를 중국처럼 시장개혁을 통해서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이러한 개혁이 초래할 수 있는 개혁개방의 후과에 대해 우려가 심한 북한 정부는 지금까지 개혁을 시작할 의지가 별로 없습니다. 그 대신에 그들이 믿고 싶은 것은 사상동원뿐입니다. 그들은 인민들이 사상으로 더 굳건히 열심히 무장하고 일한다면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지도부는 인민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하기 위해 현재의 고생이 곧 끝날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때문에 이러한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곤 합니다. 인민들이 미래에 잘 살 수 있다고 믿게 되다면 열심히 일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환상입니다. 인민은 한두 번 정도 지도자의 약속을 믿을 수도 있지만 매년 되풀이되는 거짓 약속을 믿지 않게 됩니다. 결국 거짓된 약속의 반복이 초래하는 것은 인민의 정부에 대한 실망과 분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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