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의 출산율이 낮은 이유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4.11.06

현대 세계는 갑자기 인구위기에 봉착하였습니다. 1990년대까지 학자와 전문가들 대부분은 인구경향을 분석했을 때,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예측과 달리 90년대 들어와 세계에서 출산율이 빠르게 줄기 시작하였습니다. 1960년에 세계적으로 여성은 평균 5.5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현재는 2.5명 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낮은 출산율이 사회문제가 되거나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낮은 출산율은 좋은 것을 가리키는 지표로도 볼 수 있습니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이유는 잘 알려진 것입니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부모들은 많은 자녀들을 키우는 것보다 한 두 명의 자녀를 잘 교육시키는 것을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도 경제활동에 많이 참여하고, 남성들처럼 공장이나 회사를 다니는 사회에서는 옛날만큼 많은 자녀를 낳아 키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식과 달리 어느 국가에서든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습니다.

예를 들어 남한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출산율은 1.2명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평균적인 남한 여성은 아들이나 딸을 한 명, 예외적인 경우에 두 명까지 낳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 때문에 인구의 고령화를 피하기 어렵고, 여러 사회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상황에서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평균 출산율은 2.1명 입니다. 이것은 남한과 비교하여 훨씬 높은 수준이지만, 북한과 소득수준이 비슷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정말 낮은 수준입니다.

북한은 왜 이러할까요? 기본적인 이유는 북한이 80년대 이후 사회적 및 경제적으로 후퇴하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북한은 공업이 비교적 발전되었고, 교육수준 또한 높은 나라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은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가치관과 사고방식과 유사하였습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와 북한 경제가 붕괴되었습니다. 생활수준과 소득수준이 많이 줄었지만,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은 이만큼 빨리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세계 역사의 경험에서 잘 볼 수 있듯이 출산율만큼 가치관을 잘 표시하는 지표는 별로 없습니다. 북한의 낮은 출산율을 보면 북한 사람들이 어렵게 살고는 있지만, 비교적 진보적인 가족의식을 갖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보여주는 지표는 출산율뿐만 아니라 여러 부분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어렵게 사는 나라이지만, 교육수준과 도시화 정도는 사실상 중진국이나 선진국 수준에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와 같은 통계를 보면서 북한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그들의 가치관은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아주 중요한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시설이나 공장이 없어질 경우에도 경험과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면,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나는 북한이 잘못된 경제정책을 고치거나 포기한다면, 비교적 빨리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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