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47년간의 긴 이별 그리고 12일간의 짧은 만남
2008-08-08
뉴스의 통제를 받는 북한 동포들이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은 한 감동적인
얘기를 전하려 한다.
남한의 한 유력지가 추적해 보도한 독일 레나테 홍
(71)할머니와 북한의 남편 홍옥근(74)씨가 헤어진지 반세기만에 평양에서 극적
으로 만나게 된 얘기다. 다음은 중앙일보가 지난 주 보도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독일인 레나테 홍 할머니와 두 아들 페터 현철(48), 우베(47)는 7월 25일 평양
순안 공항에서 홍옥근씨를 만나 독일서 생이별한지 47년만에 감격적인 상봉을 했다.
꿈에 그리던 남편을 만나고 5일 독일로 돌아 온 레나테 홍 할머니는 “공항에
남편이 마중 나올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 너무 흥분되고 가슴이 떨려 만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레나테 홍과 동독에 유학 온 북한 대학생
홍옥근씨는 1955년 처음 만나 60년 결혼했다. 그러나 신혼생활은 1년만에 끝났다.
베를린장벽이 세워지던 61년 북한의 동구권 유학생 소환령에 따라 강제 소환됐기
때문이다. 둘째 아들을 임신한 아내와 10개월된 큰 아들을 남겨두고 였다. 가족이
헤어진 후 2년간은 서신이 교환됐으나 63년 남편 홍옥근씨로 부터 일체 연락이
끊겼다. 이후 레나테 홍은 47년간 수절하며 두 아들을 키웠고 북한으로 간 남편을
만나려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동독과 북한측은 냉담한 반응뿐 이었다.
기대가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6년 신문 보도가 나가고 부터였다. 한국과 독일 언론
에서 레나테 홍 할머니의 애타는 이산가족 찾기가 국제적 문제로 부각됐고 마침내
독일 적십자사와 독일대사관은 지난 해 북한에서 홍옥근씨가 생존해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홍옥근씨는 과학자 생활에서 은퇴 후 함흥에서 살고 있었으며 북한으로
돌아간 후 재혼해 부인과의 사이에 2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AP, 로이터,
dpa등 통신과 더 타임스, 인터내셔널 헤랄드 트리뷴지와 방송등 세계의 유력 미디어
들이 레나테 홍 할머니의 애끓는 이산 얘기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독일정부는 인도주의를 내세워 끈질긴 외교노력을 기울였으며 한국과 국제적십자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등 국제사회가 활발하게 움직였다. 여기엔 또 독일이 서방국가로는 북한에 쇠고기 지원 등 많은 경제, 문화적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작용한 것 같다. 북한도 결국 인도주의를 호소하는 국제적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다.
11박 12일간 북한에서 남편과 지낸 레나테 홍 할머니는 “헤어질때 마음이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고 말했다. 충분히 헤아려 볼 수 있는 심정이다. 그래도 레나테 홍 할머니는 북한의
남편을 만나고 돌아왔지만 동구권엔 북한의 외면으로 헤어진 가족을 만나 보지 못하고 있는
외국인 이산가족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남한엔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만 12 만 7천여명이 되며 이 가운데 올 7월까지 3만 5483명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민 가 살고 있는 미국과 카나다, 호주등에도 꽤 많은 이산가족들이 있을 것이다.북한에 대해 국제적 여론 환기도 중요하다. 그보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들이 만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주어야 한다. 레나테 홍 할머니의 처지와 같은 동구권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이산가족들이 하루 빨리 북한의 가족들을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