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김정은 체제, 개방 개혁할까?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2012.01.25
김정은 체제의 안착 여부를 놓고 다양한 전망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한이 미세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6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김정은 노동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지식기반 경제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의 경제개혁 사례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까지 북한 내에서 개방, 개혁이란 말은 절대 금기시돼온 용어인데 양형섭과 같은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써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일본 도쿄신문 편집위원과 7년 동안 E메일, 즉 전자우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북한의 장래에 관해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 북한이 무너지고 개혁·개방을 할 때는 북한 정권이 붕괴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북한의 개방, 개혁 가능성 여부와 그것이 북한 체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경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함으로써 파탄 지경에 이른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식량과 생필품 및 에너지 공급 등을 중국에 의존하여 겨우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것이 현재 북한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개방을 할 경우 인적 왕래 및 외자 유치와 함께 외부 정보가 유입되면서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를 초래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민주화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또 개혁을 위해서는 통제경제 체제를 시장경제 원리로 바꾸고 과다한 군사비를 감축해서 민생 경제비를 확대해야 하며 선군(先軍)정치를 선민(先民)정치로 바꾸는 등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같은 개방, 개혁을 단행한다고 할 때, 과연 김정은 정권이 지탱될 수 있을까? 더욱 중요한 것은 체제의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는 개방, 개혁 문제에 관해 김정은 주변의 기존 권력자들 간에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또 개방, 개혁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김정일의 유훈인데 이를 뒤집는 정책 결정을 쉽게 해낼 수 있을까? 과거 소련, 중국 등 공산국가의 권력 변동 과정을 보면 권력층 내부에서 정책노선 문제에 관한 갈등으로 인해 권력투쟁이 빚어진 사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북한에서도 발생할 소지를 충분히 안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내부 분열을 우려한 김정은 체제가 개방, 개혁을 거부하고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경우 북한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김정은 체제 유지의 주요 수단이 중국의 지원, 핵무기 보유, 철권통치에 의한 주민 통제에 있다고 할 때, 이것들이 과연 언제까지 효력을 발휘할까?

앞으로 예상되는 한·중 자유무역협정, 즉 FTA 체결로 인한 양국의 경제동맹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원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북한의 핵개발은 국제 제재를 계속 불러올 것이고,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의 의식은 더욱 성숙되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끝은 체제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볼 때, 개방을 하면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고 개방을 안 하면 북한 체제가 붕괴되는 등 진퇴양난에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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