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해군 함정이 지난 10일, 서해에서 교전을 벌였습니다. 북한군의 도발로 시작된 이번 교전에서 남측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북측은 경비정이 반파되고 4명의 사상자가 발생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군은 이어 13일, 남측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 이번 교전은 남측이 먼저 공격해와 일어난 것이라고 억지 주장하면서 남측의 사죄와 주모자들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북한군은 또 1953년 유엔군이 설정한 북방한계선(NLL)을 거듭 부인하면서, 서해에는 그들이 설정한 '해양군사분계선'만이 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북측 주장의 진위여부와 도발의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당일 북측 경비정이 NLL안에 들어온 후 남측이 보낸 경고통신과 경고사격을 완전히 무시하고 남하를 계속하다가 남측 함정에 먼저 조준사격을 가해옴으로써 교전이 벌어진 사실이 통신 기록과 상황 일지, 그리고 동영상 등에 잡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측이 이번 교전을 남측이 먼저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적반하장식 책임 전가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북측이 지난 56년간 서해 분계선으로 기능해온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나 자기들이 설정한 해상 군사분계선을 지키기 위한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면 북측이 왜 현시점에 와서 서해도발과 NLL무력화 협박을 다시 하고 나온 것일까.
첫째는 18일 방한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달 말 평양을 방문하는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상존한다는 것을 인식시키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북한이 이렇게 함으로써 북-미 양자 대화에서 북한 핵 문제 논의 보다 현 정전 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우선 논의하자고 주장하려는 근거 마련을 위해 서해긴장 조성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핵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북-미 평화협정체결 및 주한미국 철수문제 등이 집중 논의될 것입니다.
둘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 표시입니다. 북한은 지난 달 중순께 싱가포르 비밀접촉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했으나 북핵 폐기를 우선해야 한다는 남측 주장에 부딪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쌀 10만 톤을 요구한 북한 측 제의에 대해 남한 정부가 옥수수 1만톤 제공을 제의한데 대해 자존심이 상한 것으로도 보입니다.
이처럼 북한은 남한 정부에 의해 무시당하고 있는데 대해 우리를 무시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는 북한 내부에 긴장 조성을 통한 주민 단속에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북측 전략이 핵 우선 해결을 대화 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이나 원칙을 중시하는 남한 정부에게 먹혀 들어갈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추가적인 도발, 협박은 북한이 바라는 대화 국면이라는 판마저 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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