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김정은 정권의 수탈(收奪)정책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201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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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이 올해 1만 명의 북한 근로자들을 해외에 송출하고 그들의 송금 대부분을 수탈하려는 의도가 드러남에 따라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최근 ‘한두 놈 탈북해도 상관없으니 외화벌이 노동자를 최대한 파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현재 중국, 러시아, 중동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 3만 명 이상의 노동자를 파견중인데 김정은의 지시로 올해 안에 1만 명을 추가 파견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김정은 지시는 남한과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제재로 돈줄이 말라붙은 상황에서 그의 통치자금 마련에 목적이 있다고 보입니다.

북한이 해외 노동자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외화는 연간 1억 달러가 넘습니다. 북한 노동자 월급은 지역과 업종에 따라 200~1,000달러 수준인데 실제 노동자가 손에 쥐는 건 그 중 10~20%고 나머지 80~90%는 충성자금, 세금, 보험료, 숙식비 명목으로 김정은 통치자금 관리처인 노동당 39호실에 송금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노동자 1만 명이 해외에 추가 송출될 경우 김정은의 통치자금은 약 3,000만 달러가 늘어날 전망입니다.

북한당국의 착취행위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 수탈에서도 이미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개성공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북한 근로자는 총 4만 9,866명입니다. 남한 기업들이 이들 북한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월평균 110달러 수준입니다. 그런데 남한 기업들로부터 북한근로자 임금을 직접 통째로 받아간 북한당국이 사회보장금, 사회문화 시책금 명목 등으로 45%를 공제하고 나머지를 근로자들에게 돌려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외화로 주지 않고 물품교환권으로 주거나 북한 원화돈으로 바꿔 줌으로써 북한 근로자가 직접 손에 쥘 수 있는 화폐가치는 20% 내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벼룩이 간을 뜯어먹는 거나 다름이 없는 일입니다.

이같은 북한 당국의 수탈행위는 지난 2009년 11월 30일에 단행된 화폐개혁을 통해서도 명확히 드러난 바 있습니다. 당시 북한당국은 신구화폐를 1대 100으로 교환해주고 가구당 북한 원화 10만원, 후에 50만원으로 상한선 올라가긴 했지만 이 한도에서만 교환해주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주민이 보유하고 있는 상한선 이상의 북한 원화 및 외화들을 모두 당국에 납부토록 하였습니다.

이는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장애가 되는 시장세력을 제거하고 주민들을 장마당에서 직장으로 복귀시켜 조직생활에만 집중토록하며 바닥난 국가재정을 메우려는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돈이 없는 북한당국이 장마당을 통해 얼마씩 저축해 논 주민들의 돈을 강제로 끌어내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상당액의 현금을 가지고 있던 중산층 주민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현재 남한을 비롯한 세계 선진국들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료, 교육, 노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복지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한의 각 정당은 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복지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당국이 경제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에게 시혜는 베풀지 못할망정 피땀 흘려 번 돈까지 수탈하는 것은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처사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