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상황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더욱 악화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지난 6월 28일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세계 최악 중 최악의 인권탄압국으로 지목했습니다. 프리덤하우스 발표에 의하면 정치적 권리와 시민의 자유 부분에서 모두 7점을 받아 최악의 인권탄압국으로 지목된 나라는 북한을 포함해 시리아, 소말리아, 우즈베키스탄, 수단, 에리트레아, 적도기니, 사우디아라비아, 투르크메니스탄 등 모두 9개국입니다. 이들 국가 중에서도 북한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권탄압국 제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매우 주목되는 현상입니다.
김정은은 지난해 말, 탈북자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살하라는 특별명령을 내린데 이어 중국으로부터 강제 북송된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김정일 시대보다 더 가혹한 처벌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던 북한이 이제는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을 인질로 삼아 남한에 온 탈북자들을 협박하여 재입북케 하는 악랄한 행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청진에 살던 박정숙씨는 6·25전쟁 때 헤어진 부친을 찾기 위해 2006년 3월 29일, 탈북해 중국을 거쳐 남한에 와 6년 동안 살다가 지난 5월 25일, 북한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전했습니다.
박정숙씨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한생활을 묻는 기자 질문에 ‘인간의 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회, 사람들을 정신, 문화적으로 타락시키는 썩고 병든 사회가 바로 남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지난 4월, 박씨 아들을 인질로 잡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협박전화를 받고 고뇌 끝에 박씨가 북한행을 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박씨와 친분이 있는 탈북자 말에 의하면 박씨는 지난 4월, 북한에 있는 사돈이 걸어온 국제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그 내용은 박씨의 아들이 탄광으로 끌려간 뒤 보위부에서 죽이겠다고 하니 아들을 살리고 싶으면 돌아와야 한다고 말해 할 수 없이 북한으로 돌아갔다는 것입니다.
북한당국이 이런 인질작전을 쓰는 것은 북한주민이 가진 남한에 대한 동경심과 기대감을 꺾음으로써 탈북사태에 제동을 걸려는데 일차적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박정숙씨가 북한에 재입북해 가족들과 모여 살도록 해주고 평양시 중심부의 고급살림집까지 안겨주었다는 북한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김정은이 배신자도 용서해주는 온정을 가진 지도자라는 인식, 즉 김정은의 ‘은덕정치’를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생각됩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당국이 박정숙씨에 대한 환대를 내세워 ‘감히 누가 북한인권에 대해 떠들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하는데서 알 수 있듯이, 국제사회의 북한인권개선 요구에 대응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인질작전이 계속될 경우, 남한에 와있는 탈북자들의 심리적 불안과 공포, 고통이 더욱 가중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김정은 정권이 탈북자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범죄행위는 비인도적 차원을 넘어 세계 최악의 ‘인질국가’라는 낙인을 벗어날 길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박씨의 인생행로엔 분단의 눈물이 맺혀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