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김정은의 미사일 도박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2012.12.05

북한이 오는 10일부터 22일 사이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밝혀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높이 받들어 우리나라에서 지혜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게 된다.’며 오는 10일부터 22일 사이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남쪽으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관련 국가에 김정일 1주기 행사라고 사전 통보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88년, 2006년, 2009년 지난 4월까지 네 차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 발사체 실험을 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위성이 아닌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 의도는 복합적이지만 근본 의도는 북한 내부 사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은 집권 1년이 다 되도록 주민들 앞에 이렇다 할 업적을 내놓지 못했으며 그로인해 그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나 충성심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일 사망 1년 추모, 유훈사업관찰, 그리고 김정은 최고사령관 추대 1년 축하 등을 동시에 노린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이영호 총참모장 숙청을 비롯한 수뇌부교체로 어수선한 군심(軍心)을 다독이려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사는 북한의 대남관계와 대외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선 남한의 대북 여론 악화로 차기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에 부담이 되고 남북관계 개선 속도는 늦어질 것입니다.

또한 북한이 바라는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위성발사는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매우 도발적인 행위가 될 것’이라며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는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한 중국도 ‘한반도 안에서 평화와 번영을 해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 대남도발이 발생할 때마다 발생하는 북한에 대한 피로감 누적으로 인해 대북경제, 외교적 지원이 약화될 소지도 없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발표에 강경한 반응을 보인 일본정부의 태도를 볼 때 북한-일본 간의 회담도 연기되면서 양국관계 개선도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더 나아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유엔안보리와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추가 제재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비용 8억 5,000만 달러는 외국으로부터 옥수수 250만 톤, 쌀 140만 톤을 살 수 있다는 금액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돈을 식량구입비에 사용할 경우 북한 주민이 1년 동안 배급받을 수 있는 양입니다. 그럼에도 이 돈을 김정일, 김정은의 우상화와 축포에 사용해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것은 민생문제는 안중에 없는 김정은 정권의 본질을 잘 나타내주는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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