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보양식 ‘오리 엿’에 대한 추억

2008-07-28

여름이 벌써 초복을 지나 중복입니다. 찜통더위를 극복하기위해 풍습으로 남쪽에서는 복날에 건강 보양식을 챙겨 먹습니다.

지난 초복 날 저는 시집간 큰 딸과 함께 오리백숙을 먹었습니다. 오리 백숙이라 하면 오리 배속에 찹쌀과 인삼 황기 감초 대추 밤을 비롯한 건강에 좋은 여러 가지약초를 넣어 고압 가마에 넣고 삶는 것을 말합니다.

내 고향 북한에서는 이런 것을 오리 곰이라고 합니다. 고향에서도 밭갈이가 한창인 봄과 6.7.8월 삼복더위엔 건강 음식을 별미로 해먹는 답니다. 주로 단 고기라든지 아니면 오리 엿을 해먹기도 하고 닭곰과 오리 곰, 뱀장어 탕도 먹습니다.

모두 건강에 좋은 음식이지만, 고향에선 이런 음식을 때마다 찾아 먹진 못했습니다. 남쪽 사람들은 누구나 여름의 복날에는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인삼을 넣고 끓은 닭곰이지만 내 고향 북한 주민들은 먹고 싶어도 편한 하게, 부담 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그런 보양음식이 아닙니다.

가정에서 어렵게 마련해서는 아내가 남편을 위해 아니면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해 주는 귀한 음식으로 돼 있습니다. 저에게도 오리 엿이라고 하면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습니다.

북한에는 랭동기가 없기 때문에 오리 엿 같은 음식을 만들려면 흔히 늦은 가을이나 겨울에 만들어 작은 단지에 넣어두고 봄까지 먹을 수 있게 합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오랜 군생활로 건강이 안 좋은 아버지를 위해 오리 엿을 만들어 작은 단지에 넣어두고 아침저녁으로 아버지에게 대접했습니다.

호기심이 많은 저는 어린 동생과 함께 어머니가 안 계시는 시간에 부엌 가시 장 옆에 놓은 단지 뚜껑을 열고 한 공기 쯤 되게 퍼먹었습니다. 그 때의 달달하던 오리 엿의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저녁 늦게 돌아오신 어머니가 우리들을 불러 놓고 누구의 짓인가를 아주 엄하게 꾸지람 했습니다. 처음엔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만 무서워 모른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동생과 저는 서로 눈치를 힐끔 힐끔 보다가 그만 어머니에게 들켰습니다. 종아리가 빨갛게 부어오르게 맞았고 어린 마음에 저는 부모님이 한없이 미웠습니다.

잠을 자다가 눈을 떠보니 어머님은 제 다리를 쓸어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아버님은 그게 무슨 큰일이라고 어린 아이들을 이렇게 했냐고 하며 오히려 어머님을 꾸지람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그만 울었습니다. 철이 없었던 그 시절 이었지만, 지금도 저는 항상 그때의 부모님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7형제를 키우는 어머님의 마음이가 얼마나 아팠으며, 온 식구들에게 오리 엿을 먹일 수 없었던 어머님의 그 심정을 그 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 어머니가 된 훗날엔 그 마음을 알게 됐고, 언제인가는 어머니에게 제가 오리 엿을 해드렸습니다.

오리 엿을 드시던 어머님은 언뜻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들 어렸을 때 겨우겨우 오리 한 마리를 구해 엿을 만들어 숨겨두고 너희 아빠에게만 대접하느라 했는데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네가 몰래 먹어 너희들을 호되게 꾸짖었지.... 참 그때는 자식이 많은 살림에 정말 많은 것이 없었단다....”

저는 북한에서는 건강 보양식이지만 흔하게 해 드릴 수 없었고 또 쉽게 해 먹을 수 없었던 이런 보양식을 이곳 남한에서 먹을 때 마다 그 시절의 어머니가 생각나, 마음이 아플 때도 있습니다.

큰 딸의 전화를 받은 저는 평택으로 갔습니다. 이제 겨우 10달이 된 손녀의 재롱과 웃음소리를 들으며 차를 운전을 하는 저는 한없이 행복했습니다. 비록 서툰 운전 솜씨이지만 저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마치 예쁜 손녀에게 자랑이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토종 닭백숙을 먹을까. 오리 백숙을 먹을 까. 이곳 남한에는 여름 건강 보양식의 종류가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 뱀장어도 여름 보양식의 제일 좋은 음식의 하나입니다. 우리는 오리 백숙으로 정하고 평택에서 알아주는 오리마을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김이 물물 나는 오리백숙을 앞에 놓고 딸이 쥐여 주는 큰 오리다리를 하나 손에 들고나니, 지난 어린 시절 마음 아팠던 추억이 다시 한 번 한 장의 그림처럼 눈앞을 지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혹은 친구들과 이런 보양음식을 먹을 때 마다 고향 생각이 불쑥 불쑥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초복 날 오리 백숙을 잘 먹고는 딸네를 집에 데려다 주고, 차를 운전해 서울로 올라오는 길..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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