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TV 속 네팔 어린이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김춘애
2008-08-04
지난 밤, 텔레비전에서 네팔 아이들이
한 잎의 동전을 위해 화장터의 어지러운 물속에 들어가
잠복질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네팔에선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해서 강물에 뿌리는데,
이때, 하늘나라로 가지고 가라는 의미에서 동전을 함께 강물에 던져줍니다.
한창 자라야 할 네팔 어린이들은 이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고사리 같은 손에 작은 자석을 쥐고 물속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아이들이 그 동전을 손에 쥐기 위해 깊고 어지러운 물속에서 허덕이는
모습을 보며 저는 내 고향의 아이들을 생각했습니다.
고난의 행군시기가 한 창이였던 1990년 중반,
북한의 어린이들도 이런 모습과 비슷했습니다.
한창 피여야 할 꽃망울이 채 피기도 전에 시들어 가는 것 같은
우리 어린이들의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저는 마음이 아픕니다.
평양시 형제산 구역으로 농촌 동원을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간리 역에 내리는 순간부터 제 눈은 커졌습니다.
이제 겨우 15살 정도로 보이는 처녀애들이
언제 한번 씻어본지 모를 정도로 알록달록 까만 얼굴을 해가지고
담요 한 장으로 몇 명이 겨우 몸을 가리고 길거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먹을 것을 하소연 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10살도 안 될 것 같은 어린 아이들이 열차가 서면
떼로 달려들었습니다.
아이들은 석탄을 훔치기도 하고,
열차가 땅에 흘린 석탄을 작은 빗자루로 쓸고 또 쓸어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석탄은 한 바께쯔 당 당시의 북한 돈으로
30원을 받고 팔린다고 했습니다.
또 한쪽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작은 손으로 산에 가
나무를 해가지고는 , 어른 손잔등만한 어깨에 한 아름씩 나무를 지고
장마당에 앉아 한단에 5원씩 팔고 있고
어린 처녀들은 빵소랭이를 들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한 개만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습니다.
평양시내에 있는 장마당에 가도
어린 아이들이 작은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남의 손에 있는 음식을 덮쳐 먹는 것은 보통이었고
어린 아이들이 술장사나 담배 장사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국경 도시에 사는 어린 아이들은
강을 넘나드는 것을 무서운 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중국 화룡 변방대 감옥에 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5살짜리와 10살,12살 어린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작은 손에
족쇄를 채우고 들어 왔습니다.
두만강 물에 젖은 옷 그대로였습니다.
5살짜리 어린 동생은 북한으로 북송되어 가며
“형님아! 중국에 이밥 먹으려 또 오자 응...”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감옥 안의 모든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겨우 한 잎의 동전을 위해
깊고 어지러운 강물 속에 몸을 던지는 네팔 어린이들과
북한의 어린이들이 무슨 별 차이가 있습니까?
지금도 내 고향 북한의 어린이들은
한창 학교 갈 나이에 학교는커녕 길거리와 장마당 기차역에서
배고픔을 달래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손도 내밀고
비락질도 하고 도둑질도 하면서 굶고 있습니다.
멀리 네팔까지 건너보지 않더라고 이런 아이들은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의 이런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남조선 인민들은 판자 집도 없어 추운 겨울에도
다리 밑이나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살며
어린이들은 한창 학교 갈 나이에 책가방 대신 구두닦이 통을 메고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고...
또 책가방 대신 깡통을 차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 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하여, 처음 탈북 했을 때 중국에서 저는 남한의 드라마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남한에 입국해서는 인천 공항에서 서울 시내로 들어오는 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판잣집은 찾아보려야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저나 우리 아이들이나 북한 체제에서 받았던 교육이
모두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도 중국연길 시내의 시장에서 떠돌이 하며 생계를 유지 하고 있는
우리 북한의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나라의 주인으로 역군으로 자라야 할 우리 북한의 어린이들이
철이 들기 전에 벌써 고향을 등지고
말도 통하지 않는 타향살이를 하면서, 여기저기 빌어먹으며 살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언제면 우리 아이들도 이곳 남한의 어린이들처럼
세상에 부럼 없이 좋은 것으로 골라 먹일 수 있으며,
제일 좋은 것을 입혀가며 부모님의 사랑을 한껏 받으며 살게 될까요?
저는 그날이 얼마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