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北선 꿈도 못꾼 시위 자유
김춘애
2008-08-11
저는 며칠 전에 시청 광장으로 미국 대통령이 서울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하는 모임에 갔습니다.
이 행사는 정부에서 조직한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한 것입니다.
그런데, 한편 청계천 광장에서는 부시 대통령 한국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또 다른 대열을 보았습니다.
순간 저는 지난 평양에서 많은 행사에 참가했었던 일을 추억했습니다.
내 고향 평양에서는 다른 나라 대통령의 방문 환영에는 보안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함부로 참가할 수 없습니다.
개미 한 마리 얼씬 못하도록 철저한 보안과 통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세포 조직에서 검증되고, 추천된 인원들만이 참가할 수 있고,
이곳 남한처럼 오다가다 모인 사람들은 발을 붙일 수가 없답니다.
며칠 전에도 저는 실향민들과 저녁 식사를 하고 청계천 광장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한창이었습니다.
한쪽에서는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고 수입을 반대하는
시위 대열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 촛불시위를 반대하는 보수 단체들의 시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청계천 광장에서 소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작은 촛불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촛불로 번져 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한쪽에서 아옹다옹 다투는 소리가 나서 가봤더니
80 고령의 실향민들과 촛불을 든 대학생들간에 시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어르신들에게 예의 없이 말하고 덤비는 모습을 보고
저는 그 젊은이들에게 초보적인 도덕도 없냐면서 따졌습니다.
계속되는 시비를 주위에서 듣고 있던 한 남성분이 제게 다가왔습니다.
60은 넘었을 것 같은 그 분은 젊은 시절 육군 부대에서
중령 계급장을 달고 군 생활을 했다는 제대한 군인이었습니다.
그 분은 자기도 지금의 대통령을 선거에서 찍어 주었는데
소고기 문제만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기에
이렇게 촛불을 들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분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지금 대통령을 탄핵시키면 대통령을 누구를 시켜야 하며
당신이 대통이 되면 잘 할 수 있는가?“ 고 말입니다.
“국민들이 대통령을 믿고 찍었으면 끝까지 믿고 받들어 주는 것이 옳지
않는가?“고 물었습니다.
한참 저의 말을 들어주던 그 분은
말씨가 다른 저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탈북자라고 신분을 말했으며,
저 어르신들은 실향민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덧붙여 한 가지 더 이야기 했습니다.
“한국 국민들이 대통령을 탄핵시키면 좋아할 사람은 북한 당국이며
북한은 남한의 정권이 무너지기를 바라고 있는데
이곳 남한의 국민들은 너무도 정치적 안목이 없다“고 저는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은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는 것이 소고기라고 말했고
2,300만 명이 굶어 죽는 원인에 대해 간단히 말해 주었습니다.
지금의 대통령이 선출된 지 얼마 안 됐는데
진정한 국민이라면 잘못된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하고 해결하도록
기다려 주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고 말했습니다.
제가 흥분해서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던 그 분은
여사님 말도 일리가 있고 옳은 말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이런 저런 많은 대화를 하면서
이곳 남한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언론의 자유란 말도 많이 하고
누구나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는 주체 철학 교육도 많이 하고 있지만, 이것이 북한의 독제 체제하에서는 얼토당토않은 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곳 남한에서는 정부가 잘못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면
혼자서라도 정부를 상대로 반대 시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당국에서 허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을 상대로 비판의 말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말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남한 같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통령도 국민들의 심부름꾼으로서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