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에 오신 탈북자들도 회사에 들어가서 몇 년 일하고 사회에 적응도 하고 그러면, 자기 사업을 하나 운영해보고 싶은 꿈을 갖게 됩니다.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이런 희망과 꿈은 일하는 재미를 주고 인생에 즐거움을 더합니다.
오늘 <일하며 배우며> 시간에는 이런 사업을 시작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얘기를 탈북 방송인 김태산 씨가 전해드립니다.
며칠 전, 저와 같은 시기에 남쪽으로 온 한 탈북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토론할 문제가 있으니 저녁에 좀 만나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서둘러 일을 마치고 약속된 시간에 그의 집으로 갔습니다. 먼저 퇴근하여 기다리고 있던 그는 궁금해 하는 저에게 자그마한 공장을 하나 차리려 한다고 운을 땠습니다.
저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며 공장은 어떤 공장을 차린다는 것이냐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남한에 와서 자기가 지금 까지 다니던 공장과 같은 종류의 공장을 하나 내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습니다.
함경북도 무산 쪽에서 가족과 함께 온 40대 초반의 이 친구는 남쪽 땅에 온 후 누구 나와 같이 직업을 찾아 생각을 굴리다가 중고 화물자동차를 하나 사가지고 지금 다니는 중소기업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 공장은 강철 인쇄 롤러를 생산하여 각 지역의 인쇄공장들에 공급을 해주는 그리 크지 않은 공장이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쭉 봤지만, 이 친구는 공장에 취직한 그 날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출근해, 가공된 무거운 강철 롤러를 대상 기업소들에 실어 날랐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그와 같은 공장을 하나 차리고 직접 사장이 되여 공장을 운영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솔직히 말해서 이 친구가 돈 좀 벌었다고 너무 흥분 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주의도 아닌 치열한 생존 경쟁 사회인 남한 땅에서, 그것도 아무런 기업관리 경험과 지식도 부족하기만 해 보이는 그 친구가 분별이 없어 보였습니다.
저는 우선 아무리 작은 공장이라도 들어가는 돈이 적지 않을 것인데 자금은 마련 됐는가 물었습니다. 그 친구는 타산을 해보니 한 6 억원정도, 달라로 60만 달러 정도가 소요가 되는데 절반은 자기 돈으로 하고 나머지는 투자와 대출을 받기로 결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가 다시 공장의 생산은 물론 그 관리운영을 해 나갈 수 있겠는가고 물었습니다.
그가 하는 말이, 생산품의 수요가 높기 때문에 판매에는 걱정이 없고 현재 일하는 공장의 사장님이 협력을 하여 도와주기로 약속을 하고 그의 지원 하에 시작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 5년 동안 공장에서 같이 일하며 살았기 때문에 관리운영문제도 별로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그는 그래도 남한에 와서 사업도 먼저 차려서 잘하고 있고 경제 쪽 부문에 대하여 잘 아는 형님이 한번 좀 얘기를 들어보고 보충할 것이 없는지 봐 달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솔직히 지금 원유 값의 폭등으로 하여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내년에는 원유 값이 더 오를 전망인데 지금과 같은 시기에 거금을 들여 창업, 즉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것은 찬성을 못하겠다고 말해 줬습니다.
그렇게 말해 주어도 그 친구는 창업을 하면 얼마든지 돈을 벌수 있다는 들뜬 그 기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좀 더 알아보겠다는 식으로 말을 마무리 했습니다.
저는 이 친구의 집을 나오면서 동업자도, 또 도와준다는 사람도 경제공황이라는 파동 속에서는 절대로 믿을 것이 못된다고, 좀 더 두고 보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떠났습니다.
집으로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만났던 저 친구와 같이 부지런히 일을 하여, 돈을 벌어가지고 이제는 사업도 할 만큼 잘된 탈북자도 있고 그 반면에 힘들게 일하지 않고 쉽게, 그리고 공짜로 돈 벌 생각만 하다가 법적인 처벌까지 받고 있는 탈북자들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힘들게 번 돈을 가지고 잘 모르는 승산이 없는 사업에 투자 했다가 한순간에 망하는 탈북자들도 있는가 하면 또 성공해 부를 쌓은 탈북자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망한 사람도 있고 잘 된 사람도 있지만 이 남쪽의 사회는 본인만 노력하면 그 정도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진 자유로운 사회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반면에, 북쪽에서는 우선 본인이 요구하고 희망하는 일을 할 수가 없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사실이지요. 게다가 국가에서 준 일자리에 가서 아무리 부지런히 일을 해도 한 달에 1-2달러 정도의 노임밖에 안 차례지니 그 노임을 저축하여 장래에 무엇을 한다는 희망은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패를 해도 또 성공을 해도 도전해 볼 수 있는 희망과 꿈이 있다는 것, 이것이 인생을 얼마나 즐겁고 풍요하게 해주는 지, 북한 주민들도 이런 희망과 꿈의 맛을 볼 수 있는 그날 오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