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양자회담 전망 Q/A]

북한이 요즘 미국에 양자회담을 개최하자고 자주 재촉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 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북핵 문제를 논의하면서 체제 유지에 관해 보장을 받은 뒤 하루빨리 국제 사회의 원조를 끌어들여 식량난과 경제난을 타개하고 3남으로 이어지는 권력 세습을 확고히 하려는 마음이 급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관한 내용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북미 양자회담과 관련한 현황은 어떻습니까?

허형석:

미국과 북한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양자회담을 열기로 기정사실화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4월 6자회담에 불참한다고 선언한 뒤 여러 차례 미국과 양자회담을 하고 싶다는 견해를 나타낸 바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9월 18일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다이빙궈 외교 담당 국무위원에게 ‘다자회담 또는 양자회담’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15일 양자회담을 추진한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 회담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로 얻을 대가를 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양자회담의 개최는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시간 문제로 남았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요즘 양자회담의 횟수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양측이 이 문제만 해결하면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하면서 양자회담을 시작할 전망입니다.

앵커:

북한이 미국에 양자회담을 재촉하는 사례로는 최근 어떤 것이 있었습니까?

허형석:

북한은 2일 외무성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문답 형식을 통해 미국에 다자회담에 앞서 북미 양자회담을 해야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북한은 이 촉구에 이어서 3일에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서 폐연료봉 8천 개의 재처리를 8월 말에 끝냈으며 여기서 추출된 플루토늄을 핵무기화하는 데서 ‘주목할 만한 성과들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6일 “북한과 직접적인 개입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북한의 이 같은 재촉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았습니다.

앵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까?

허형석:

이 통신의 보도는 여러 의미를 지닙니다. 우선 미국을 향한 불만의 표출로 보입니다. 북한은 양자회담을 통해 핵 보유국으로 인정을 받으려는 전략을 펼치는데 미국이 자꾸 뜸을 들이자 핵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부각하면서 빨리 회담에 응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이런 발표는 양자회담에 관한 입장을 정리하는 오바마 행정부를 압박하는 공세적 측면이 강합니다. 또 북한은 핵 무기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핵 보유국의 입지를 더욱 굳히겠다는 의도도 아울러 내보였습니다. 이밖에 앞으로 있을 본격적인 핵 협상을 염두에 두고 핵 능력을 최대한 과시해야 수확이 많다는 계산도 했다고 분석됩니다.

앵커:

북한이 이처럼 미국과 하는 양자회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허형석:

북한이 미국과 양자회담을 통해서만이 경제난 타개와 권력 세습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방안은 미국과 직접 협상을 통해 체제 보장을 받고 관계 정상화를 이루어 외부적인 위협을 없앤 상태에서 권력 세습을 무난히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양자회담은 북한에 꽤 중요합니다. 그래서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북미 양자회담을 여러 차례 하자고 미국 측에 요구한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모처럼 잡는 기회에 나름의 계산을 충분히 실현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핵 문제를 비롯한 여러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는 안보상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가장 불신하는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과 현안만 해결하면 다른 나라는 미국 결정을 따라온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 회담에 더욱더 매달립니다.

앵커:

이런 북한의 채근에 미국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허형석:

앞서 말씀을 드린대로 미국의 베이더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적절한 시기에 양자회담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5일 양자회담에 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이 조만간 결정되며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후 수주 내에 자신이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을 오래 전에 제안했기 때문에 이젠 미국이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시기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폐연료봉 처리라는 카드를 꺼내 대화에 매달리는 북한의 급박한 처지를 간파했다는 이야기도 아울러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과 북한이 양자회담을 시작하면 어떤 자세로 나올 것으로 보입니까?

허형석:

우선 미국은 북한의 핵 폐기와 6자회담 복귀에 관한 진정성을 탐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담에서 진정성을 확인하게 되면 6자회담을 다시 열어 북한의 비핵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입니다. 반면 북한은 양자회담의 잇점을 충분히 살려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 관계를 수립해야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은 여기서 미국이 거부할 수 없는 몇몇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회담을 여러 차례 끌고가 본래 목적하던 바를 미국에 충분히 설득하려는 속셈도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미국과 한국은 북미 양자회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허형석:

미국과 한국은 양자회담이 여러 차례 지속되는 상황을 싫어합니다. 양자회담이 북핵 문제를 다루는 포괄적인 직접 협상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양자회담을 북한에 6자회담으로 가급적 빨리 복귀하라고 요구하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이를 방치하면 양자회담이 북한 의도대로 북미의 직접 협상장으로 성격이 바뀌어 가며 ‘미국과는 통하고 남쪽을 막는다’는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미 양자회담이 열리고 6자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허형석:

북한이 생각하는 6자회담은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해 왔던 기존의 6자회담이 아닙니다.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새로운 전제 하에 진행되는 ‘변형 6자회담’입니다. 북한은 미국과 하는 양자회담에서 핵 보유국 지위에 관한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으면 6자회담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경우 6자회담은 추진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혀형석 기자와 함께 북미 양자회담의 전망에 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