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 평양공연] 탈북 음악인 김철웅씨 “멜로디 타고 흐른 화해무드”

200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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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최영윤 xallsl@rfa.org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미국의 뉴욕필 하모닉오케스트라가 26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지금 들으시는곡,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죠? ‘아리랑’입니다. 연주실황을 녹음해서 지금 들려드리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중에도 뉴욕필의 연주실황을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로 보고, 들은 분들 계실텐데요. 이번 연주회는 남쪽 사람들도 관심있게 지켜봤습니다. 특히, 남한에 정착한 피아니스트이자, 탈북자 김철웅 씨는 미국과 북한 관계를 개선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지름길과 같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했습니다. 김철웅 씨와 함께 뉴욕필 공연에 대한 얘기 나눠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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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립박수를 치고있는 북한의 고위관리들.AFP PHOTO/Mark RALSTON

북한에 미국 연주자들이 들어가서 연주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정치적인 미국과 북한 관계를 떠나 음악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교류한 것이어서 ‘문화외교’ 라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세계 각국의 이목이 집중됐지 않았습니까? 이번 연주회 보신 감회는 어떻습니까?

김철웅 : 네, 문화 외교라는 정치적 술어를 쓰기보다는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는 음악이라는 것으로 미-북 간의, 불신, 오해, 적대심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중요한 것은 우리도 별로 모르지 않는 친근한 멜로디들을 그들도 연주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으로 북한 주민들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 동안 적대시해온 미국과 북한인데요... 북한에서 미국의 오케스트라가 북한의 국가를 연주하고 또 북한에서 미국의 국가가 연주되고 하는 모습을 보고 북한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합니다.

김철웅 : 일단은 깜짝 놀랬을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된다는 것 자체가 이제 국가가 연주될 만큼 관계가 좋아졌다고 주민들이 생각할 것 같고 이때까지 나쁜 쪽으로만 만들었던 미국의 이미지를 이제 바꾸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기대감 절반과 놀람 절반. 그러니까 이때까지 우리의 모든 가난의 원초라고 생각했던 미국과의 관계가 풀어짐으로써 자신들의 생활고가 어느 정도 풀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특히 거쉬인의 ‘파리의 미국인’ 은 가장 미국적인 연주곡이라는 평가를 받는 곡인데요, 그 동안 미국을 적대시해온 북한에서는 이런 미국적인 곡을 접할 기회가 없었을 것 같은데요...

김철웅: 네. 상당히 획기적인. 이번 연주곡 중에서 가장 획기적인 곡 선택이라고 생각했고요. 거쉬인이라는 사람은 미국 작곡가 중에서도 재즈 음악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 받는 사람인데, 이 사람이 192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본 모든 것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클래식으로 이런 장르 음악도 연주가 가능하구나 하는 발견을 할 수 있었을 것 같고... 특히, 북한에 음악하고 있는 분들이 이 곡을 모른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알면서도 그쪽에선 연주가 안 되는 곡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북한 음악가들에겐 새로운 장르의 발견... 또 앞으로 이런 곡을 연주 해보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쉬인의 곡이 북한에 연주된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이런 말씀이군요.

김철웅 : 이런 연주들이 북한에서 앞으로 다시 열릴 때쯤이면 북한은 아마 개방이 돼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또 드보르작의 신세계 고향곡도 연주 됐었죠? 이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은 드보르작이 미국에 있을 때 작곡한 곡이라 그러네요?

김철웅: 네. 이 곡은 1892년에 드보르작이 미국 뉴욕의 National 음악원 원장으로 한 3년간 체류하던 시기에 보헤미안의 이주민들이 모여 있는 촌락과 아이오와주의 시필버를 찾아가서 그들과 함께 즐기는 한편 대평원에서 받은 인상의 감동을 너무 받아가지고요, 그 지방에 유행하던 흑인민요를 해석적으로 사용하고 있고요. 제목은 ‘신세계로부터’ 라는 교향곡을 작곡했습니다. 이 곡이 처음 초연한 곳이 뉴욕 필 하모니구요, 1893년에 초연한 것으로 해서 아주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곡 중 한 곡으로 되어 있죠.

신세계인 미국에서 받은 강인한 인상을 드보르작이 곡으로 표현한 것인데 북한 주민들에게 생소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요?

김철웅: 이 곡은 북한주민들 속에서 어쨌든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은 들어요. 아까 MBC에서 평양의 한 분이 인터뷰를 하실 때 이 곡을 들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역시 이 곡을 대학시절에 들었고 이 곡 때문에 어찌 보면 음악을 해야 되겠다는 개인으론 그런 생각이 들게 했던 곡이고, 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음악대학에서 열렸던 체육경기 중에 클래식 곡을 알아맞히는 경기대회가 있었어요. 그 경기대회에서 이 곡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고 음악인들에게는 많이 연주되고 있는, 그리고 국립교향악단이나 윤이상 교향악단에서 이 곡을 정기연주회를 통해서 여러 번 연주한 적도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이번에 뉴욕 필이 연주한 곡들은 뉴욕 필이 직접 선정한 곡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곡 선정을 아무런 의미 없이 했을 것 같지는 않고요 심사숙고해서 곡을 선정했을 것 같은데 특별히 의미를 부여할 만한 점이 있습니까?

김철웅 : 곡 선택에 대해 저도 유심히 살펴봤는데 특징이 두 가지로 나뉘어 있습니다. 공통점이 있는 게 전 곡이 다 뉴욕 필에서 초연을 했다는 것이 공통점이고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드보르작의 ‘신세계’나 거쉬윈의 ‘파리의 미국인’ 같은 곡들은 작곡가들이 다 여행기간에 영감을 받아서 만든 곡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이겠지만 뉴욕 필의 곡 선정에서 북한주민들에게 바깥에도 다른 세계가 있다는 음악으로서 암시를 주는 곡 선정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한 번 해봤습니다.

아 그렇군요. 이 동평양 대극장에 청중들이 객석을 모두 채울 정도로 많았는데요, 이번엔 주로 어떤 청중들이 와서 본 것 같습니까?

김철웅: 화면을 보니까 저의 선배 · 후배, 아시는 선생님들 등 많은 얼굴들이 보였습니다. 또 유명한 음악인들도 몇 명 봤고요. 참 만감이 교차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청중들은 거의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오신 것 같고요, 중앙기관의 책임자들을 위주로 온 것 같습니다.

네, 이번 뉴욕 필의 공연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과의 문화교류가 활발해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있고요, 이것을 계기로 해서 또 정치적인 상황도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이면서 또 피아니스트, 음악인이시잖아요. 이번 공연을 보면서 소망이 있다면요?

김철웅: 이번 필하모닉 공연을 보면서도 상당히 뉴욕 필하모닉 공연으로선 의외적으로 최선의 예우를 잘 갖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보통 연주회 같으면 쉬는 시간을 가지고 가는데 이번 연주회 같은 경우에는 악장도 전혀 안 쉬고 ‘풀 (full)' 로 쭉 연주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것이 다 관객에 대한 예우이지 않을까 이런 시각으로 한 번 봤습니다. 그래서 이런 서로 간 예우를 갖추는 차원에서 서로 존중해 주고 서로 어떤 공존된 입장에서 서로 상대방을 바라봐주고 상대방에 대해 배려를 해준다면 남북간에 문제는 쉽사리 풀리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또 음악이라는 거대한 힘이 있잖아요. 무엇으로도 창조할 수 없는 그 힘을 가지고 남북관계문제를 해결한다면 그 아름다운 멜로디 속에서 화해무드는 무르익을 것 같고요 남북한 문제는 문화적으로 다가감으로서 서로 간에 어떤 문제해결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었습니다.

미북간 관계를 말씀하신거죠? 남북간 관계도 마찬가지고요?

김철웅 : 그렇죠. 남북간 관계도 문화적 힘으로써 충분히 (화해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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