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마당 활성화로 고부갈등도 완화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5.03.13

앵커: 북한에서 젊은 여성들이 돈 벌이에 뛰어들면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갈등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가정에서는 서로 호흡을 맞춰 돈을 버는 ‘장사파트너’로 변했다고 합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과거 시대를 거쳐 북한에 뿌리 깊게 존재해온 고부갈등, 즉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관계가 시장 활성화에 힘입어 크게 호전됐다고 복수의 북한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최근 국경지방에서 연락이 된 50대의 북한 여성은 “지금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불편하게 갈등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국가에서 배급이 끊기자, 전부 장사에 뛰어들면서 오히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화목해졌다”고 1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평성에서 음식장사를 한다는 이 여성은 “예전에는 시어머니들이 경제능력이 없다고 며느리 뒷소리를 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협력해 돈 버는 관계로 발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국수장사를 하는 가정의 경우, 시어머니는 주방에서 일하고 며느리는 손님맞이와 돈을 계산하는 형태로 분업화 됐다며, 북한 전역에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 같은 구조가 정착되었다는 것입니다.

또 장사도 자기 가족단위로 하기 때문에 식구 내에서 가용인력을 동원해 일자리 문제도 해결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평안북도 국경지방에서 잡화 매대를 운영하고 있다는 40대의 여성도 “딸은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겼다가도 저녁에 공짜로 찾아가지만, 며느리들은 아이를 찾아갈 때는 용돈이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 때문에 시어머니들이 반기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도 지난해 9월 며느리를 친딸처럼 대해주고 있는 평양시내 여러 시어머니들을 소개하면서 '화목한 고부 관계'를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는 화목하지 못하고 불화의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었습니다.

특히 배급체제 하에서 남자의 권위가 올라가고, 여성은 경제활동에서 배제되면서 고부갈등 역시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한 씨 여성도 “오죽했으면, 속담에 시어머니는 딸에게 가을 논밭 김매기 하라고 시키고 며느리에게는 봄에 김매기 하라고 시켰겠는가”며 뿌리 깊은 갈등 원인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북한에서 고부갈등이 완전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평성의 소식통은 “여전히 중산층 가정에서는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가 불편하다"면서 “수천 년 내려온 관습이 하루아침에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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