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봄에 심은 묘목 거의 죽어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5.06.25

앵커: 최근 북한이 선전매체들을 동원해 가뭄피해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뭄피해를 과장하는 선전선동이 개인 뙈기밭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에게는 좋은 구실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무슨 사연인지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최근 북한이 전국의 산림경영소와 국토환경관리부를 동원해 봄철 묘목식수 현황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가 참담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봄철에 애써 심은 묘목들이 생존율을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말라죽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22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6월 10일부터 20일까지 사이에 봄철 나무심기 결과에 대한 전국적인 판정사업이 진행됐다”며 “판정사업을 통해 마을주변에 심은 가로수만 살아남고 산에 심은 묘목은 전부 말라죽은 것으로 결론 났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전국 수림화 원림화 과수원화’ 지시에 따라 올해 봄에 모든 주민들과 학생들까지 동원해 도로 주변에 과일나무를 가로수로 심는 한편 도시주변 야산과 개인들의 뙈기밭에 수많은 묘목을 심었습니다.

또 매 공장기업소들마다 정해진 지역에 묘목을 심고 앞으로 묘목관리도 책임지도록 조치했습니다. 개인들의 경우 뙈기밭에 농사를 지으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묘목을 심도록 했고 뙈기밭에 심은 묘목의 수량을 해당기관에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판정결과 물을 자주 준 마을 주변 가로수들 외에 봄철 산에 심은 묘목들은 살아남지 못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5월 한 달 동안 계속된 심한 가뭄으로 어린 묘목들이 살아남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25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지금과 같은 묘목심기 방법으로는 백년이 가도 ‘온 나라의 수림화’를 실현하지 못할 것”이라며 “중앙의 지나친 가뭄피해 관련 선전도 오히려 묘목들을 말라죽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당국을 비난했습니다.

소식통은 무턱대고 많은 나무를 심는다고 ‘온 나라의 수림화’가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며 지금처럼 공장기업소들에 많은 묘목을 주고 단시간 내에 심도록 강요하면 백번을 심는다고 해도 살아남을 묘목은 한 대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더욱이 가뭄을 구실로 뙈기밭 주인들이 개인농사에 지장을 주는 어린 묘목들을 일부러 뽑았다가 다시 심어 말라죽게 하고 있다”면서 “개인들의 생존 수단인 뙈기밭에다 강제로 나무를 심게 하고 사후관리까지 맡기면 어느 누가 나무들을 제대로 돌보겠느냐"며 당국의 무리한 정책을 비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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