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이산가족 상봉 제의에 이은 침묵, 그리고 일주일 만에 다시 하겠다고 나선 북한. 이를 바라보는 이산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둘러싼 남북 당국의 정치적 신경전에 당사자인 이산가족들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요즘 이산가족들은 상봉에 관련된 보도가 나와도 무표정합니다. 기다림은 고단함과 애절함으로, 이제는 체념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 이산가족 대부분은 과거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이번에도 그렇지 뭐 하면서 체념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원래 정치적 입맛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을 열었다 닫았다 했잖아요.
이번 상봉에서 가족을 만날 계획이던 남한의 한 상봉자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5명의 상봉 대상자가 건강이 나빠져 오래 기다리던 상봉을 포기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번에 확정된 이산가족 상봉단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상봉이 재개될 경우 사정상 불가능한 방문자에 대한 변동만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이산가족 상봉을 며칠 앞두고 북한 당국이 돌연 연기를 통보해 행사가 무산된 바 있습니다.
당시 갑작스러운 연기 통보에 이산가족들이 서울 시내 중심에서 집회를 열고 북한 당국을 규탄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음) "내 부모, 형제자매, 죽기 전에 만나보자! 만나보자~!! 만나보자~!!"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고향방문단 교환 이후 2010년 10월까지 모두 18차례 이뤄졌습니다.
사실 상봉 대상자로 당첨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만남 자체를 포기한 이들도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의 자료를 보면 현재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2만여 명이 조금 넘습니다. 이 가운데 생존자는 7만여 명으로 이마저도 대부분 80대 이상 고령자들입니다.
지난해에만 3천80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의 생존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것입니다.
시간이 너무나 촉박한 이산가족의 현실을 생각하면 일회성으로 끝나는 상봉 행사보다는 전면적 생사확인과 서신 교환이 더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