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남한의 정부와 여당이 북한인권법안을 오는 6월 초에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19대 국회 회기 안에 북한인권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더 낮아지게 된다며 전문가들은 우려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의 정부와 여당은 27일 국회에서 가진 당정 협의를 통해 북한인권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 이례적인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검토 대상은 북한인권법안을 ‘패스트 트랙’, 즉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방안입니다.
법안이 신속처리 대상으로 정해지면 여야의 합의가 없더라도 일정 시간 경과 후 자동으로 본회의에 상정됩니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심윤조 의원은 “야당과 5월 말까지 더 논의해 결론을 도출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키든지, 이게 불가능하다면 패스트 트랙에 올리는 방안을 고려키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현재 외교통일위원회는 재적 의원 23명 가운데 14명이 새누리당 소속이어서 전원이 찬성하면 북한인권법안도 신속 처리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19대 국회 회기 내 법안 처리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왜냐면 해당 법안은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최장 18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시 90일의 심사 기간을 거쳐 본회의에 회부되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법안이 6월 초에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내년 3월이나 되어야 본회의에 상정된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야당은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 즉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원하면 최장 100일까지 토론을 이어갈 수 있고, 이를 종결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야당이 무한정 토론을 해보겠다고 작정한다면, 법안 처리가 최소 3개월 더 미뤄지는 겁니다.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표결이 본회의장에서 이뤄지려면 내년 6월이나 되어야 가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19대 국회 임기는 내년 5월 29일에 끝납니다. 4월 13일 총선 일정을 앞두고 수많은 정치 쟁점 속에서 북한인권법안이 얼마나 중요하게 다뤄질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따라서 19대 국회 내 북한인권법안 처리는 또다시 물 건너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합니다.
김태훈 변호사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 대표) : 비록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더라도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처리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게다가 정부와 여당이 최근 불거진 정치 현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북한인권법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어 향후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안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될 수 있을지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고 국회 관계자들은 지적합니다.
이날 당정 협의는 북한인권법안 해당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의 나경원 의원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습니다.
북한인권법안은 지난 2005년 처음 발의했으나 여야 이견으로 10년째 입법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