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북한 휩쓴 해운대의 쓰나미
김현아-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09-11-02
MC : 문명호 칼럼에 이어 오늘부터 새로 시작하는 김현아 칼럼입니다. 김현아 씨는 북한 함경북도 한 대학에서 철학 교수로 일하다 2004년 남한으로 입국, 현재 대학과 대학원에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에서 남한영화 해운대가 주민들 속에 광범하게 유포되고 있어 당 보위부 보안서의 대대적인 검열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한영화를 본 사람이 너무도 많아 이전처럼 일률적으로 처벌하지 못하고 유포시킨 사람만 수사해서 처벌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이번사건을 계기로 남한영화뿐 아니라 외국영화 유포에 경종을 울리고 컴퓨터 cd usb 외장메모리 등 미디어기기에 대한 전면적인 검열을 실시하는 등 부르주아 사상문화의 침습을 막기 위한 집중단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미나는 영화가 나오면 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더욱이 극도로 폐쇄된 사회에서 외부의 소식을 간접적으로라도 알게 해주는 영화는 북한주민 특히 청소년들에게 있어서 정신의 오아시스와 같은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왜 다른 나라 영화를 보면 처벌할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해조차 하기 힘들어 합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그 처벌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어 영화 본 사람들을 들추어내는데 협력까지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당과 국가는 인민들에게 부르주아 사상문화에 사람들이 물젖으면 혁명하기 싫어하고 놀기만 좋아하는 수정주의 날라리 병에 걸리게 되고 나라와 민족, 조국과 혁명보다 자기개인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주의 사상에 사로잡히게 되며 나아가서 사회주의제도를 말아먹게 된다고 끊임없는 사상교양을 해왔습니다. 제국주의자들이 자본주의 사상문화를 침투시키려고 끊임없이 책동하기 때문에 그를 막기 위해 사상적 모기장을 쳐야 한다고 선전해 왔습니다.
유엔에서 채택되고 만민의 공감을 받고 있는 세계 인권선언 제19조에는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는 간섭받지 않고 의견을 가질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에 관계없이 정보와 사상을 추구하고, 접수하고, 전달하는 자유를 포함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어 가고 있는 21세기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국경을 초월하여 살고 있습니다. 영화가 나오면 세계 각국에서 동시에 상영을 시작하고 있고 세계가 함께 영화를 보면서 즐기는 것이 일상으로 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북한영화라고 해도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부르주아 사상문화반대라는 논리는 북한정부가 주민들을 속이는 수단일 뿐입니다. 사실 북한이 지금 단속하고 있는 영화 ‘해운대’는 평범한 부신시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갑자기 들이닥친 해일 이라는 재난 속에서 표현되는 가족애,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말하는 부르주아 냄새란 찾아볼 수도 없는 해운대라는 영화를 두고 북한 당국이 그렇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사실 남한주민들이 잘 사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부르주아 사상문화반대라는 논리 때문에 북한이 입는 손실은 너무 막대합니다. 철저한 격리정책으로 북한주민들의 의식이 세상과 단절되어 아득히 뒤떨어졌고 과학문화의 후진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과학과 문화의 후진은 경제에서 낙후로 이어져 아프리카 내전국들에서나 볼 수 있는 기아가 수십 년 지속되게 하는 비극을 낳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늘 말하던 것처럼 역사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기아의 고통은 시장경제를 출현시켰고 시장은 외국과의 교류를 촉진시켰습니다. 외국과의 경제교류는 북한이 그렇게 싫어하는 부르주아 사상문화가 끊임없이 북한으로 흘러들게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당국이 통제하는데도 불구하고 금년 7월 22일 개봉된 남한영화 해운대가 두 달 만에 북한에 상륙하여 북한사회를 휩쓸고 있는 것을 보면 북한이 열리는 것도 시간문제인 것 같습니다. 북한당국의 검열은 오히려 남한영화에 대한 광고로 되어 더 큰 영화 해일이 몰려오게 하는 동기로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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