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10일 노동당 창당 63주년을 맞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기념행사에 참석했다는 보도는 현재까지 없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도 성대하게 치를 것으로 관측되던 정권수립 60주년(9.9) 기념행사는 물론, 김 위원장의 노동당 총비서 추대 11주년(10.8), 핵실험 2주년(10.9)과 더불어 10일 노동당 창당 기념일에 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언론들은 대신 김 위원장과 노동당의 영도력을 찬양하고 "절대적 충성"과 "경제 강국 건설"을 강조하는 논조의 보도물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10일 노동당 창당 63주년을 맞아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총공격전을 벌여 당이 제시한 경제강국 건설의 웅대한 목표를 빛나게 실현해 나가야 한다"며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주민들이 총동원돼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으로 남한 통일정책 연구소의 고영환 연구원은 노동당이 경제개혁개방 조치는 손도 데지 않으면서 주민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으로는 근본적인 북한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노동당이 지난 28년 동안 당대회를 열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대외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경제 정책 하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고영환
: 당 대회를 열려면 북한 경제 상황이 나아져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합니다. 당 대회를 한다고 하면 새로운 발전 계획이 세워 졌구나. 발전 전망이 보이는구나 하는 희망을 줘야 하는데 북한 경제 상태가 그렇지 않습니다.
노동당이 외부 핑계만 대고 식량난 문제를 방치하는 동안, 1970년대까지 북한보다 못 살던 중국은 당이 주도한 경제 개혁을 통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중국은 지난 여름 전 세계인들의 축제인 올림픽을 베이징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 북한과 같은 기근을 경험했던 베트남도 경제 개혁을 통해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사라졌음은 물론 세계적인 쌀 수출국이 됐습니다.
북한도 과거 몇차례 경제개혁을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1984년 북한은 합작운영법이나 8.3 소비품증산운동을 선보였는데 모두 개혁을 시도하는 조치였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동구권 유럽들이 잇따라 무너지기 시작하자 북한정부는 경제 발전보다는 기존의 사회주의 제도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개혁 조치들은 곧 흐지부지 됐고 대신 전 인민의 사회주의 결사 수호정책이 시작됐습니다.
북한은 이후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2002년 중국을 방문한 그해 7월 1일 이른바 ‘7.1 경제 조치’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생활은 7.1 경제 조치 이후에도 이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말입니다. 7.1 경제 조치 때문에 물가는 계속 오르는 데 임금은 오르지 않아 주민들은 먹고 살기가 더 바빠졌고 돈있는 권력층만 더 잘살게 됐다고 탈북자들은 지적합니다.
러시아 출신으로 남한 국민대학교에 재직하는 란코프 교수는 노동당은 소수 기득권 계층의 권력 유지를 위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을 위한 개혁개방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힘든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란코프
: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 해도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고급 간부 계층은 자신의 특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책입니다. 결국 북한은 세계에서 어디에나 없어진 공산주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김정일의 뜻대로 사는 나라입니다.
노동당은 북한의 경제 문제 해결에는 실패했지만, 반면 북한내 소수 지도층의 권력 유지를 위한 당자금 마련에는 철저했다는 것이 북한을 나온 탈북자들의 증언입니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2000년 기준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스위스 은행에 약 43억 달러 상당의 비자금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해외에 숨겨놓은 김 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곳은 다름 아닌 노동당 38호실과 39호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북한의 지도부는 노동당이 비밀리에 관리하고 있는 돈으로 자신을 비롯해 자신의 가족과 측근을 관리하는 통치 자금으로 쓰고 있다고 북한을 나온 탈북자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체코주재 조선신발기술 합작회사 사장 출신 탈북자 김태산 씨의 말입니다.
김태산
: 김정일이 사치를 누리는 데, 주로 먹고 노는 데 주로 쓰입니다. 인간이 먹으면 얼마나 먹겠습니까? 그런데 연회를 많이 하니까 간부들을 같이 먹이죠. 인민들은 먹이지 않지만 간부들은 먹입니다. 그리고 김정일이 사는 집 꾸리고 이러는데 많이 쓰이고 그 다음에 간부들에게 선물주고 하는데 많은 양이 쓰입니다. 그것을 장군님의 혁명자금이라고 합니다.
노동당이 북한 지도부를 위해 하는 일은 비자금 관리 뿐이 아닙니다. 북한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체제를 확립하고 권력 유지를 위해서 주민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일도 노동당의 역할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노동당이 주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의 10대 원칙’입니다.
‘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의 10대 원칙’은 북한의 헌법이나 형법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규범입니다. 북한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릴때 부터 이 원칙을 암기해야 하며, 그것을 모든 학교와 직장과 가정에서 지켜야 합니다. 북한에서 형법을 어기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고 말지만, 10대 원칙을 어기면 평생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다는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입니다.
조선 노동당은 63년전에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여전히 경제 강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 조선 노동당이 지난 63년동안 북한 주민들 생활과 생계를 위해서 한 일은 무엇이었는지 북한 주민들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RFA 이수경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