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여는 세상]-남북 함께 부르는 ‘통일 아리랑’ 언제...

2008-08-22

‘음악으로 여는 세상’, 오늘부터 진행을 맡게 된 김철웅 입니다. 북조선 출신인 저는, 2003년 북한 떠나 중국을 거쳐 남쪽에 정착했습니다. 따져보니, 남쪽에서의 생활도 벌써 6 년째입니다. 저도 놀랄 만큼 시간이 빨리 지났습니다..

RFA PHOTO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씨

북한에서부터 피아노를 전공했던 저는 이곳에 와서도 피아노를 치고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피아노 소리는 북이나 남이나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북의 음악은 차이가 있습니다. 북쪽에선 알지도 못했고 또 허용되지 않았던 여러 가지 음악들이 남쪽에서는 자유롭게 듣고 불립니다.

북쪽에선 미제의 음악이라고 금지된 재즈나 팝송, 부르스 같은 음악들.. 또 칸쏘네 샹송 같은 외국의 음악이나 R&B나 힙합, 랩 같은 새로운 음악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아마 제가 일일이 다 말하자면 오늘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음악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 ‘음악으로 여는 세상’을 통해 제가 이곳에서 접해본 이 다양한 소리들, 음악들 그리고 노래들을 소개하고 그것들이 주는 감정과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인 만큼, 우리 민족에게 의미 있는 곡을 골라봤습니다. 아리랑 얘깁니다.

(아리랑 소나타 - 김철웅)

지금 흐르는 이 곡은 제가 편곡해서 즐겨 연주하는 아리랑 소나타입니다. 제가 남쪽에 나와 피아노 연주회를 하면서 아마 이 곡을 조금 과장하자면 한 천 번쯤 연주한 것 같습니다. 왜 그 많은 곡 중에서 하필, 아리랑이냐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으나, 제가 여기 와서 느낀 아리랑은 북쪽의 아리랑과는 달랐습니다.

남쪽의 음반 가게를 가보면 제가 한손으로 다 안을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아리랑 CD 들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아리랑 있어도, 사실 아리랑은 평소 남쪽 생활에서는 잘 들을 수 없습니다.

북쪽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간혹 노래를 해도 이 아리랑을 즐겨 부르기도 하고 그랬지만,   남쪽에선 술자리나 노래방 같은 데서 이 아리랑을 부르면 사람들이 좀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 와서는 이런 남쪽의 정서에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고 그래서 일종의 오기가 발동해, 아리랑을 편곡해 열심히 연주했습니다. 이젠 나름대로 잘 알려진 곡입니다.

남쪽에서도 역시 민족의 대표적인 노래로 아리랑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지만, 평소 즐겨 부르는 있는 노래라기보다는 연구하고 계승 보존해야할 민족 전통 음악으로 구분이 됩니다.

일 년에 새로운 노래가 만곡이 넘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남쪽 음악 시장을 생각해보면 이런 식의 구분이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남쪽에 음반을 파는 가게를 가보면, 제가 한 아름에 다 가져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아리랑에 대한 음반은 참 많습니다. 북한과 함께 연구해 남북이 함께 연주한 아리랑 선곡집도 있고 남쪽의 정선, 진도, 밀양 이런 지역 특색의 아리랑도 나와 있습니다. 이 아리랑은 남북을 통틀어 60여종 3천 6백여 가지 정도 된다고 하는데, 찾아 들어보면 북쪽에선 듣지 못했던 남쪽 지방 특색의 아리랑도 있습니다.

곡조도 다양한데, 어떤 아리랑은 부드럽고 어떤 것은 강렬하고  어떤 것은 애달프고 때로는 경쾌하기도 합니다. 부르는 사람의 마음과 듣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그때그때 곡조가 변화무쌍한 것이 아리랑입니다. 이런 다양성 때문에 아리랑은 대중의 마음을 대변하면서, 우리 민족의 상하고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줬던 것 같습니다.

남쪽에서는 옛날 곡들의 새로운 해석도 한 음악 구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 아리랑을 새롭게 해석해서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작업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 최근 발표된 남쪽의 젊은 가수 ‘SG 워너비’ 의 ‘아리랑’입니다.

(SG 워너비 : 아리랑)

북쪽은 아리랑 하면 노래 말고 집단 체조가 생각납니다. 8월 4일부터 이 대집단체조 공연 <아리랑>이 다시 시작됐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북한 지도 체제에 대한 찬양과 어린 학생들의 땀으로 만들어진 이 정치색이 강한 공연에 이 ‘아리랑’을 붙인 것은 어울리는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리랑>은 얼마 전 미국의 유명 오케스트라 뉴욕필하모니에 의해  평양에서도 연주돼 〈평화의 아리랑〉으로 탈바꿈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아리랑이 진정한 <평화의 아리랑>이 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함께 마음 맞춰 부르고 연주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아리랑〉이 <평화의 아리랑〉또〈통일아리랑〉이 될 날 기대해보면서 오늘 아리랑 얘기는 접습니다. 다음 시간에 좋은 음악 가지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철웅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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