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정권의 특징 중 하나는 전국에 김 부자의 동상을 건설하고, 주요 사적지를 새롭게 조성하면서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것인데요, 그만큼 막대한 돈과 노동력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최근에도 논밭을 없애고, 사적지를 화려하게 확대 조성한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보도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미국의 상업위성이 2016년 10월 23일에 촬영한 평안남도 성천군 군자리의 혁명사적지. 사적지를 가로지르는 강을 사이에 두고 위아래에 김일성∙김정일의 동상과 박물관, 공원, 아파트 등이 화려하게 조성돼 있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북한의 고위 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 부자의 동상 제막식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강 남쪽 지역은 1년 전만 해도 논밭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조성 작업이 시작된 이후 박물관과 공원이 웅장하게 만들어졌고, 주변에 12채의 아파트도 들어섰습니다. 물론 새로 조성된 군자혁명사적지에는 적지 않은 돈과 노동력이 투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산하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Curtis Melvin] 군자혁명사적지는 북한 내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 중 하나입니다. 김 부자의 동상도 크게 세워졌고요, 새 박물관과 여러 채의 현대식 아파트도 건설하면서 새롭게 조성됐습니다.
한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사적지에 대한 개∙보수를 강조하고 직접 시찰하면서 김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와 체제의 정통성을 내세운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에도 개보수 작업을 끝낸 평천혁명사적지를 시찰했으며, 만경대혁명사적지와 6∙25전쟁사적지 등도 직접 찾았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에 따르면 북한의 사적지는 김씨 일가에 대한 우상화와 정권에 대한 충성, 반미 감정 등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곳을 새로 꾸미는 데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격화 작업을 위해 사적지는 빼놓을 수 없는 수단 중 하나라는 설명입니다.
또 전국에 걸쳐 크고 화려한 동상과 사적지를 건설하고 조성하는 데 수억 달러의 자본이 들어가고, 일반 주민의 노동력을 강제로 투입해 내부 시설을 손으로 닦으며 관리하는 등 민생과는 전혀 관련 없는 낭비일 뿐이라고 탈북자는 꼬집습니다.
한국의 인터넷 대북매체인 '데일리NK'도 북한 당국이 지난해 발생한 홍수 피해 복구에서 살림집 건설보다 사적지 재건에 주력하고 각종 자재와 물자도 우선 공급해 주민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멜빈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의 우선 정책으로 김 부자의 동상과 기념탑 건설을 통한 우상화를 내세우고 전국에 걸쳐 빠르게 진행됐다고 분석하면서 공포통치와 함께 김정은 정권을 지탱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평안남도 성천군 군자리는 1950년대 6∙25전쟁 당시 무기를 생산한 지역으로 이후 북한 당국이 군자혁명박물관과 군자혁명사적지를 만들었으며 이곳을 통해 선군혁명사상과 사회주의 강국 등을 강조해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해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군자리 혁명사적지를 부각하며 '군자리 정신'으로 주민을 독려한 바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