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북 외교교류 보류 가능성

워싱턴-양희정 yangh@rfa.org
2016.06.13
eu_visit_nk_b 지난 2007년 유럽의회 한반도관계 담당분과 위원장인 후베르트 피르커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유럽의회 대표단이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양에서 열린 북한-유럽연합(EU) 경제토론회 참석등 방북 활동 및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북한과 비판적 교류 정책을 펼쳐온 유럽연합마저도 당분간 북한과 외교적 교류를 갖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유럽연합과 북한 간 외교적 방문이나 의원 교류 등이 한동안 보류될 것이라고(put on the shelf) 익명을 요구한 유럽의 외교 소식통이 1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유럽연합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핵과 인권문제를 비롯한 북한에 대한 우려 사항을 전달하고 이러한 우려 사항에 개선이 없을 경우 북한과의 관계 증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해 왔습니다. 그러나 올해 초 4차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유럽연합은 사치품 등 금수 품목을 대폭 확대하고 금융서비스 규제를 강화하는 등 유엔 제재와는 별도로 강력한 대북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유럽연합은 국제평화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교 소식통은 지난달 중순 강석주 전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사망 이후 강 전 비서는 물론 그의 외교팀과 연락이 원활하지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리수용 외무상은 강 전 비서만큼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네덜란드 즉 화란 라이덴 대학의 렘코 브뢰커 박사도 강 전 비서 사망과 함께 유럽연합의 대북 정책도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브뢰커 박사: 솔직히 말해 유럽대외협력청(European External Action Service: EEAS)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북한문제와 관련해 유럽대외협력청의 유일한 창구는 강 전 비서뿐이었습니다. 그들의 대북 정책이 강 전 비서와 함께 수 주 전에 죽었다고 할까요?

브뢰커 박사는 최근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 강제노역 문제 등을 연구하며 벨기에 즉 벨지끄 브뤼셀의 유럽연합 본부를 방문하곤 했다며 이 같이 지적했습니다.

또한 유럽연합 대변인은 북한과의 정치대화 일정이 예정돼 있지 않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유럽연합은 1998년 12월 이후 지난해 6월까지 북한과 14차례의 정치대화를 가졌습니다.

거의 매년 개최되던 정치대화는 2000년 대 중반 유럽연합이 유엔에서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에 주도적 역할을 하면서 수 년간 중단됐다가 2007년 3월 재개된 바 있습니다. 2015년 6월 평양에서 열린 제14차 정치대화도 2011년 말 제13차 정치대화가 열린 지 수 년 만에 다시 열렸습니다.

유럽대외관계청은 당시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비롯해 동북아시아 역내 안정과 안보 그리고 인권 등 모든 우려 사항을 전달하고 북한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와 의미 있는 관계를 재정립 하도록 촉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진전이 있을 경우 양측 관계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을 강행하자 유럽연합이 더욱 강력한 독자제재와 지원 축소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브뢰커 박사 등의 분석입니다.

유럽연합 대변인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올해 대북 인도적 지원도 제한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대변인은 올해 핀란드적십자사를 통한 30만 유로의 재난대응기금 이외에 추가로 인도적 지원, 식량이나 재난대응 관련 지원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No further support to humanitarian aid, food assistance or disaster preparedness in North Korea is foreseen this year. There is no specific country allocation for North Korea). 유럽연합은 1995년 6월부터 지금까지 대북 인도적 지원에1억 5천 400만 달러 이상을 사용했습니다.

한편, 평양주재 영국 대리대사를 지낸 제임스 호어 박사는 강 전 비서의 죽음이 유럽연합과 북한 간의 외교적 교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강 비서는 이미 사망 전 수 년간 와병으로 거의 은퇴한 상태로 활발한 외교활동이 없었고 그가 유럽보다는 미국과의 외교에 더 많이 관여하고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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