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이 끓는 청춘’ 무슨 말인가 했더니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13.02.21

앵커: 북한에서 청춘을 상징하는 유행어로 ‘이 끓는 청춘’이라는 말이 전국으로 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피 끓는 청춘’이라는 문구를 살짝 바꾼 것인데 주민들속에서 ‘기막힌 표현’이라는 호응이 뒤따르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노래나 시에는 ‘피 끓는 청춘’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노동당이 청년들을 추동하는 표현으로 군인들이나 건설자들, 젊은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문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피끓는 청춘”이라는 문구가 요즘은 “‘이 끓는 청춘”이라는 말로 바뀌어 노동당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주민들속에서 “정말 기막히고 신통한 표현”이라는 찬사와 동조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의 소식통은 “‘피 끓는 청춘’이라는 말이 ‘이 끓는 청춘’으로 왜곡돼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며 “듣는 사람들마다 ‘누가 그렇게 기막힌 표현을 찾아 냈느냐’며 감탄하는 지경”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젊은이들은 불구자(장애인)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누구나 군대나 돌격대에 가야 한다”며 “남자들의 경우는 군대를 제대한 후 3년 정도의 돌격대 생활까지 마쳐야 집단생활에서 해방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젊은이들은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다 집단생활을 해야 하고, 이러한 집단생활 속에는 늘 이가 끓기 마련이라며 때문에 “청춘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이 ‘이’로 하여 겪는 고통”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문화위생 시설이 변변치 못하다나니 집단생활과정에서 목욕이나 빨래를 자주 할 수 없다며 특히 겨울철에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밤에도 두터운 동복이나 내의를 입은 채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이가 더 끓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양강도의 소식통은 “‘이 끓는 청춘’이라는 말은 지난해 말, 세포등판개관 건설장에서부터 유행되기 시작했다”며 “세포등판 건설에는 협동농장에서 일하던 젊은이들과 제대군인들이 동원됐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여성들”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또 “동원된 건설자들은 모두 판자로 지은 병실(막사)에서 생활 한다”며 “먹는 것도 변변치 못한데다 추위로 하여 그 고생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생활환경이 오죽했으면 ‘이 끓는 청춘’이라는 말이 나왔겠느냐”며 “‘이 끓는 청춘’이라는 말은 과거와 현재의 노동당 시대 젊은이들이 겪는 고통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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