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비행기를 볼 때마다 어딘가로 떠나는 상상을 해보고, 그 생각으로 가슴이 뛰었던 것은 아마 저만의 추억이 아닐 겁니다.
말로만 듣던 프랑스의 에펠탑, 그리스의 하얀 집과 파란 바다, 중국의 만리 장성을 직접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사실, 이렇게 멀리 떠나지 않아도 묘향산이나 금강산이라도 자유롭게 가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오늘은 이런 여행에 대한 얘기를 탈북 방송인 김태산 씨가 전합니다.
어제는 저의 큰 딸이 며칠 전 신청했던 여권을 찾아와 보여주며 좋아 했습니다.
저는 아무 때고 낼 수 있는 여권을 당장 어디 갈 곳도 없는데 돈을 없애며 냈다고 한마디 했지만 딸이 좋아 하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북조선 사람치고 살아생전, 여권을 가져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다.
이 남조선 에서는 어린 아이들까지도 가까운 구청에 찾아가서 자기 여권을 신청 하면 아무런 조건 없이 1주일 안에 발급을 해 줍니다.
이 나라에서도 여권은 외교부에서 발급을 해주지만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가까운 구청에서 여권 발급을 대행하고 있습니다.
만일에 여권을 분실했든가 오손을 시켰어도 간단한 신고를 하면 재발급이 가능합니다. 또 그 여권만 가지면 그 누구의 승인 같은 것은 없어도 아무 때나 어떤 나라에나 여행을 자유로이 갈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온 탈북자들도 6개월만 지나면 이 남조선 사람들과 똑같은 여권을 발급해 줍니다. 우리 탈북자들은 이 남조선에 와서야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기 이름이 새겨진 여권이라는 것을 가져 보며 또 해외여행도 갑니다.
사람으로 태여 나서 자기 마음대로 가보고 싶은데 다 다녀 볼 수 있다는 것, 얼마나 자유롭고 좋습니까. 얼마 길지 않은 한 생인데 혁명이란 것만 외치며 죽을 때 까지 일만 하다가 가는 것보다 일도 하고 다른 나라에 여행도 다니며 즐겁게 한 생을 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 세상 거의 모든 사람들은 본인의 여권을 가지고 있고 또 이렇게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북조선과 같이 사회주의를 한다는 중국의 사람들도 마음대로 여권을 가질 수 있고 해외여행도 자유롭게 다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여권이라는 이 자그마한 수첩은 단순한 증명서라기보다, 인간의 자유를 상징하는 중요한 징표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마디로 여권이 없는 사람이거나 여권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은 인간으로써 당연히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없는 사람 일 것 입니다.
세계적으로 죄를 짓고 감옥에 갇힌 사람들도 여권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죄로 인해 법적인 처벌을 받고 이로 인해 일정한 기간 몸이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 인간의 권리는 구속을 당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주인에게 자유를 빼앗긴 노예들만이 여권이 없이 한생을 살아 왔습니다.
물론 북쪽에도 여권은 있습니다. 북한의 여권은 중앙당의 여권발급 통지서가 하달된 소위 검열된 사람들에게 한해서만 평양에 있는 외무성에서 발급을 해줍니다.
이 남쪽에는 외교일군들을 위한 외교 여권과 전 국민을 위한 일반 여권 두 가지가 있지만 북쪽에는 계급 사회에 맞게 분류된 외교 여권과 공무여권, 그리고 일반인을 위한 일반 여권 즉 세 가지 여권이 있지요.
일반 여권이 있다고 하여 모든 일반 사람들에게 준다는 것이 아니라 이 일반 여권은 1회용 여권으로 해외에 일하려 나가는 노동자들을 위한 여권인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북쪽에서 일반 사람들은 여권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적도 없으며 더욱이 자기의 여권을 가져 본다는 것은 꿈도 못 꾸는 일이지요.
북쪽에서의 여권은 그 만큼 특정한 계층에게만 차려지는 특혜 중에 특혜입니다.
하기는 일반인들은 여권은 고사하고 자기나라 안에서도 통행증이란 것이 없어 늙은 부모가 자식들의 집에 한번 마음대로 못 다니는 형편이지요.
어찌 보면 북쪽의 사람들은 일생을 주인에게 매여 살아가는 노예와 비슷한 한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 하루빨리 자신들의 여권을 가지고 세계 어느 곳이라도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