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인 요리사, 김씨 일가 호화요트 내부 증언

워싱턴-권도현 인턴기자 gwond@rfa.org
2016.07.21
kim_yacht_b 후라니스씨와 그의 아내(오른쪽)가 북한의 한 해변에서 당시 동료들과 찍은 사진.
사진: 에르마노 후라니스 제공

앵커: 지금까지 인공위성으로만 관찰해왔던 김씨 가문과 북한 최고 권력자들을 위한 강원도 원산 호화 요트의 내부시설에 대한 정보가 공개됐습니다. 권도현 인턴기자가 보도합니다.

원산 선착장 고급식당 요리사였던 이탈리아인 에르마노 후라니스는 21일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일 정권 시절 이 요트를 이용하는 최고 권력층의 전용 요리사로 근무했던 경험과 함께 요트 내부시설에 대한 세부사항을 폭로했습니다.

후라니스는 요트의 존재가 비밀 그 자체였다면서, 그가 내부 모습을 보려고 할 때마다 식당 내부에 있던 경호원들이 고개를 돌리라고 강요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호기심을 가지고 요트 내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였고 간단한 메모도 함께 남겨두었습니다.

후라니스의 증언에 따르면 1997년 원산에 정박해 있던 호화 요트는 큰 수영장과 3층 높이의 숙박시설, 그리고 감시탑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 요트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꼬리 부분에 승선장 입구가 있었으며 요트를 방문하는 최고 권력층들은 내부 숙박시설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후라니스씨의 묘사를 바탕으로 재연한 그림이미지. 사진: 데일리 스타, 에르마노 후라니스 제공
후라니스씨의 묘사를 바탕으로 재연한 그림이미지. 사진: 데일리 스타, 에르마노 후라니스 제공

후라니스가 최근 영국 언론매체 데일리 스타(Daily Star)에 공개한 요트 묘사 그림에는 숙박시설 건물 꼭대기에서부터 요트 내부 수영장의 중앙까지 거대한 미끄럼틀이 연결돼 있습니다.

그는 호화 요트에는 여러 명의 여성이 자주 방문했으며 그 중 일부는 요리사들이 쓰는 숙소건물에서 함께 지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에르마노 후라니스: 그 여성들은 저희에게 먼저 인사할 정도로 사교성이 좋았는데, 어느 날부터 인가 저희를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가 여성들에게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라고 지시했던 것 같습니다.

후라니스는 당시 그 여성들이 북한 권력층을 위한 접대원들이며 요트에서 그들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건물내부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올해 인공위성 사진에서도 여전히 원산 선착장에 요트가 정박해 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버지의 요트를 그대로 물려받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시간이 흐른 만큼 현재 요트 내부시설은 훨씬 더 사치스러워졌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후라니스씨가 묘사한 요트 내부 모습. 사진: 에르마노 후라니스 제공
후라니스씨가 묘사한 요트 내부 모습. 사진: 에르마노 후라니스 제공

한편 후라니스는 근무 당시 북한 고위층이 이탈리아 식 반 건조 소시지가 들어간 살라미(Salami) 피자를 아주 좋아했다고 말했습니다.

에르마노 후라니스: 당시 피자를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고위층은 기다리는 것을 싫어해서 항상 주문할 때 좋은 품질의 피자를 최대한 빨리 만들라고 지시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최근 후라니스는 당시 김정일 정권을 위한 요리사로서 북한을 방문한 경험을 담은 책을 한 권 작성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출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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