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에도 여전한 어린 꽃제비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6.12.12

김정은 시대에도 여전한 어린 꽃제비

북한 당국이 선전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의 모습에는 웅장함과 화려함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북한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분 영상, 북한을 보다’시간에서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꼬집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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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에도 여전한 어린 꼬제비(꽃제비)>
- 20년 넘게 외부에 공개된 북한 꼬제비
- 김정은 정권, 꼬제비 수용시설 지으며 ‘어린이 사랑’ 과지
- 외관만 번듯할 뿐 열악한 환경이 다수, 보여주기식 정책
- 김정은의 ‘어린이 사랑’에도 어린 꼬제비 없애지는 못해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카메라에 담은 북한 꼬제비(꽃제비)의 모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20년 넘게 북한 꼬제비의 모습은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는데요,

이를 불편하게 여긴 김정은 정권에서는 길거리를 방황하는 어린 꼬제비를 강제로 수용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각 도의 행정 도시마다 애육원과 보육원 등 고아 수용시설을 건설했는데요,

북한 위성사진을 분석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산하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도 평양을 비롯해 함경북도 청진, 평안남도 평성과 강원도 원산 등에 육아원과 애육원, 초등학원과 중등학원까지 학교종합단지를 건설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어린이 사랑’을 내세우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어린이 사랑’을 과시하면서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효과가 있다는 건데요,

[Curtis Melvin] 보육원을 짓고 어린이를 위하는 정책은 근본적인 경제적∙제도적 개혁 없이도 가능하지요. ‘어린이 사랑’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초기에 체제를 강화하고 선전하는 데 손쉽고도 높은 상징성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양을 제외한 지방의 수용시설은 기본적인 식량조차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동영상에 나타난 한 수용시설은 거의 폐허와 다름없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접촉한 함경북도의 소식통도 “노동자 규찰대가 이달 중순부터 거리와 장마당에서 꼬제비들을 단속하고 있다”며 “하지만 꼬제비들이 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며 필사적으로 발버둥 친다”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각 도에 애육원과 보육원, 중등학원 등을 건설하며 어린이 사랑을 선전하지만, “막상 꼬제비들은 바깥에서 추위에 떨며 빌어먹을지언정 국가의 수용시설에는 절대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특히 수용시설이 외관만 번듯할 뿐, 실제 하루 급식량은 정량의 1/4에도 못 미쳐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겨울에는 전혀 난방이 보장되지 않는 등 상황이 열악하다는 건데요, 뿐만 아니라 수감된 꼬제비들이 노동으로 혹사를 당해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 오늘날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꼬제비 없는 북한 사회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서는 단속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데요, 평양이 가장 심합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방랑 생활하는 사람들을 방랑자 숙소에 가둬 바깥에 못 나가게 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지방에까지 추방하는데요, 그렇게 해서 깨끗하고 멋있는 평양을 계속 연출합니다. 그래도 꼬제비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13년 3월, 지방 도시 주민의 증언도 들어봤는데요,

[북한 주민] 인민위원회에서 책임지고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꼬제비를 다 없앤다지오.

- 꼬제비를 없앤단 말이오?

[북한 주민] 다 붙잡아서 중등학원에 보내든가…

2015년 1월 2일, 북한 노동신문의 기사를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 육아원과 애육원을 방문한 사진과 함께 어린이를 향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랑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 매체는 전국에서 건설 중인 육아원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자주 보도하면서 이를 ‘김정은 동지의 어린이 사랑’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는데요, 어린이에 둘러싸여 있는 김정은 위원장과 관계자들의 표정은 매우 밝아보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매우 다른데요, 2013년에 촬영한 평안남도 평성시. 여전히 길거리에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꼬제비가 존재합니다.

아파트 상가의 쓰레기장에서 쓸만한 물건을 뒤지는 남성 꼬제비부터 다리 위를 오가는 사람 사이에서 웅크리고 앉아 먹을 것을 주워 먹는 소년 꼬제비까지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습니다.

2013년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맨발의 소년∙소녀 꼬제비가 시장 인근 창고 건물 앞에 쓰러져 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의 어린이 사랑도 이처럼 꼬제비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Ishimaru Jiro] 평양 시민은 다른 도시에 비해 식량 공급이 유지돼 있잖아요. 여러 가지 인프라 면에서도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에서 국정월급으로는 살 수 없지 않습니까? 기본조건은 다른 지방 도시와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꼬제비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곳이 북한이죠.

오늘날 북한은 배급 없이도 장사로 먹고사는 가정이 많아 어린 꼬제비가 발생한 가능성은 크게 줄었는데요. 이는 주민 스스로 터득한 생존전략일 뿐 김정은 정권의 복지 정책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 ‘아시아프레스’의 지적입니다.

북한의 꼬제비는 당국이 감추고 싶은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여전히 거리를 헤매는 아이와 어른 꼬제비를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고아와 어린이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관심은 당연하지만, 이와 함께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도 함께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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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민의 <라디오 세상>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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