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방치된 무국적 탈북 2세들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13-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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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8일 김광철 씨(맨앞) 가족이 중국 심경 화평구의 일본대사관으로 경비원의 제지를 뚫고 들어가고 있다.
2002년 5월 8일 김광철 씨(맨앞) 가족이 중국 심경 화평구의 일본대사관으로 경비원의 제지를 뚫고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지난 달 말 살길을 찾아 라오스까지 탈출했던 북한 고아 9명이 북한당국에 의해 송환된 뒤, 그들의 운명을 두고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RFA자유아시아방송은 먹을 것을 찾아 중국으로 나온 꽃제비들과 중국에서 태어난 무국적 아동실태를 2회에 거쳐 특집으로 방송합니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중국에 방치된 무국적 탈북 2세들”편입니다.

보도에 정영기자입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대량 아사로 시작된 탈북 역사가 10년이 넘었습니다. 살기 위해 중국으로 나간 탈북 여성들은 그곳에서 원치 않는 결혼을 하게 되고, 중국인과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할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인과 탈북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가리켜 일명 ‘탈북 2세’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중국에 남겨진 탈북 2세는 어떻게 생활할까,

자유아시아방송은 탈북 2세들이 겪는 사회적 문제, 중국에서의 생활을 알아보기 위해 현지에서 태어나 무국적자로 살았던 안택진(가명) 군으로부터 당시 상황을 자유아시아방송 김명희 인턴기자가 들어보았습니다.

김명희 기자: 그때 어머니가 북한사람이라는 것은 알았나요?

안택진: 몰랐어요. 후에 알았지만 그냥 중국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김명희 기자: 어머니가 한국으로 떠난 후 할아버지랑 살면서 가장 많이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안택진: 놀러 가는 거든요. 다른 애들은 다 엄마랑 같이 놀러 가는 데, 엄마랑 가족이랑 같이 놀러 가는데 저는 혼자서 놀라가니깐요.

안 군의 어머니 김옥정 씨는 중국공안의 단속을 피해2009년 한국으로 나왔습니다. 그 동안 안군은 75세의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고, 3년이 지나도 어머니가 데리러 오지 않자, 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갔다고 야속해했습니다. 어머니가 없는 설움, 즉 가정교육이 결여된 상태에서 안군은 따뜻한 모성애를 모르고 자랐습니다.

김명희 기자; 그 외 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안택진: 공부, 공부하는 거요. 물어볼 사람이 없어요. (엄마는) 숙제 하면서 뭐가 틀렸는지, 뭐가 옳은지 알려주었는데요, 할아버지가 하면은요 다 맞는다고 해요.

옆에서 공부를 지도해주는 엄마가 없으니 가장 큰 소중함을 느꼈다는 겁니다. 안군은 중국에 있을 때 엄마가 탈북자라는 이유로 11살 까지 무국적 상태로 지냈습니다.

중국 흑룡강성에서 살았던 안 군의 어머니 김옥정(가명)씨는 당시 아이의 호적을 얻기 위해 불법으로 거래되는 뒷돈이 중국 돈 1천 위안이었지만, 지금은 1만 위안 가량으로 올랐다고 말합니다.

김옥정 씨: 그때 당시 요구하는 것은 1천위안, 지금은 그 돈 가지고는 할 수도 없겠죠. 지금은 적어도 한 1만 원정도 있어야 해요.

김명희 기자: 택진이의 호적이 없었는데 학교는 다녔는가 요?

김옥정 씨: 애가 초등학교 갈 때까지는 그래도 괜찮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갈 때는 호적이 없으면 안되죠.

김명희 기자: 그러면 왜 호적을 올리지 못하였나요?

김옥정 씨: 아이의 호적을 올리자면 남편과 결혼 등기를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내가 북한 사람이라는 게 드러나기 때문에 못했어요. 제가 강제북송 되면 또 아이가 홀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냥 호구를 올리지 않고 살았어요.

김 씨는 중국 호적이 없기 때문에 병원에도 못 가고 집에서 아이를 낳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중국 당국은 병원에서 출산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출생증을 발급해주지 않습니다.

이렇게 탈북 2세들은 국적이 없이 누구나 다 받는 출생의 기쁨과 축복을 받지 못하고 정체성이 모호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14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전화 통화를 한 중국 하북성에 사는 탈북여성 김영심(가명)씨는 아이의 호적을 취득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심 씨: 애기가 4살이 되었지요. 아기 호구는 낳자 마자 금방 올렸어요. (중국정부가)어른의 호구를 올려주지 않지만, 아이는 낳자마자 금방 올렸어요. 단지 내가 호구가 없어서 마음이 불안해요.

반면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탈북 2세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일부 호적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어머니인 탈북여성에게는 호적을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영심 씨: 호구를 올려주지 않아서 마음이 불안해요.

김 씨도 한국에 입국해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하지만, 자신이 강제 북송 됐을 때 많이 도와준 중국인 남편 때문에 선뜻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탈북 2세 가운데 무국적자로 남은 아이들은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암울한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료녕성 심양시에 살았던 탈북여성 최은희(가명)씨는 자신이 살던 지방에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탈북 여성들이 많았다면서 그들의 자녀들은 거의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은희: 그때 정말18살~ 19살의 꽃다운 나이에 정말 원하지 않는 결혼과 아이를 낳지 않으면 안 되는 비참한 상황들이었어요. 18살에 아이를 낳아서 그때 우리가 이렇게 얘기했어요. “정말 아이가 아이를 낳았다” 구요.

김명희 기자: 그 당시 애를 양육하는데 어려움은 없어 보였나요?

최은희 씨: 당시 그 집에서 밭에 일하러 나가는 것을 제가 보았는데, 그때 아기는 집에 방치하고 열쇠를 잠그고 엄마, 아빠는 산으로 밭으로 일하러 가곤 했어요.

탈북 여성들을 아내로 맞이한 중국인들은 대부분 장애인이거나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로, 자녀를 낳아도 제대로 교육을 시킬 수 없는 형편입니다.

또 중국의 탈북 2세들은 무국적 아동으로서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우대정책에서도 제외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소학교와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을 실시하는데, 탈북 2세들은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중국 하북성에서 10년동안 살았던 탈북여성 유미영 씨는 딸이 태어난 지 6개월 반이 되던 해에 강제 북송되면서 어쩔 수 없이 아이와 헤어져야 했습니다.

유미영 씨: 자체로 밥도 해먹고, 아무래도 엄마가 없으니까, 조금 외로움은 있겠지요. (딸이) 사춘기 시절이라 여자 손이 없으니깐 많이 힘들겠죠.

유 씨는 다시 탈북해 지금은 한국에 정착해 살면서 딸을 데려 오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중국인 집에서 반대해 뜻을 이룰 수 없습니다.

중국 한족 할아버지와 아버지 밑에서 자란 유씨의 딸은 엄마가 북한 사람인 것은 알아도 왜 지금 함께 살수 없는지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1월 발표한 ‘해외 체류 북한이탈주민 아동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는 19살 미만 탈북 2세 중 부모나 친척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을 약 4천명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러면 이들 탈북 2세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한국의 북한전문가들은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탈북 2세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과 생활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유시은 교수는 탈북 2세들은 탈북 여성이 낳은 자녀기 때문에 한국정부나 시민사회에서 당연히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유시은 교수: 지금 1만 5천명에서 2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서 태어난 아이들이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도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성되고 있고요, 그래서 어떻게 도울 것인가라고 했을 때 돈이 없거나 부모의 관심이 미비하면 학교에 직접 이 아이에 대한 학비를 지원해주던가, 아니면 영양제 같은 것을 지원하고 있어요.

유 교수는 탈북 2세들이 1990년대와 2000년을 거치면서 태어나 지금은 10대에 접어들었다면서 정상적인 가정교육이나,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PC방 중독, 알코올 중독과 같은 비행의 소지들도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 정부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탈북 2세들은 아버지가 중국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중국정부가 책임지고 돌보아야 할 사안이라고 한국의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은 말했습니다.

윤여상 소장: 어머니가 탈북여성이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인권단체가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1차 적으로 중국 당국에서 책임지고 그 아이들의 환경을 개선하도록 촉구해야 하는 거지요.

지금도 중국에 남겨진 수많은 탈북 2세들, 북한의 극심한 기아 탓에 발생한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 그들이 건강한 사회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각계의 따듯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특집 ‘중국에 버려진 북한 아이들’ 두 번째 시간을 마칩니다. 보도에 정영, 취재 협조에 김명희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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