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획 : 당신이 안 계신 동안] ④ “누나 꼭 웃는 얼굴로 돌아와 줘”

도쿄-노재완 nohjw@rfa.org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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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도쿄 납치문제대책본부 회의실에서 만난 요코타 타쿠야 씨.
지난 3월 29일 도쿄 납치문제대책본부 회의실에서 만난 요코타 타쿠야 씨.
RFA PHOTO/노재완

앵커: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 사이 많은 일본인이 행방불명 되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인 납치 피해 사건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일본 정부 납치문제대책본부는 납치 피해자들의 무사 귀국을 기원하며 공동기획 프로그램 ‘당신이 안 계신 동안’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그 네 번째 시간으로, 납치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의 남동생 요코타 타쿠야 씨의 얘깁니다. 노재완 기자가 요코타 타쿠야 씨를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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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타 메구미 씨는 지난 1977년 13살의 나이에 일본 니가타현에서 납치됐습니다. 당시 메구미 씨는 쌍둥이 남동생이 있었는데 이들의 이름은 타쿠야와 테츠야입니다. 이들은 누나 메구미 보다 4살 아래입니다. 취재진은 지난 3월 29일 도쿄에서 타쿠야 씨를 만났습니다.

요코타 타쿠야: 누나는 굉장히 밝고 활발하고 말하는 것을 참 좋아했습니다. 또 취미도 다양했습니다. 노래 부르기, 그림 그리기, 독서, 그리고 발레를 좋아했습니다. 또한 꽃이나 정원을 바라보는 것처럼 자연과 함께하는 것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타쿠야 씨는 현재 식품 판매업 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에게 맛있는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요코타 타쿠야: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은 식품 판매업입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맛있는 음식을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그 기쁨은 세상 사람에 대한 감사이고요. 그것을 제 마음에 담아 일을 하고 있습니다.

메구미 씨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서양 고전 음악을 즐겨 들었습니다. 타쿠야 씨는 누나가 좋아했던 고전 음악 하나를 들려주었습니다.

요코타 타쿠야: 아까 누나가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요. 그건 어머니의 영향이지 않나 싶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자장가 대신 고전 음악, 그러니까 클래식 음악을 틀어줬습니다. 누나가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어머니와 저는 이 곡을 좋아합니다. 누나가 듣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잠깐 들려드리겠습니다.

(클래식 음악)

그는 어린시절 누나가 좋아했던 나베 요리에 대해서도 말해주었습니다. 나베 요리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화기애애하게 먹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메구미 씨가 실종된 뒤에는 가족이 나베 요리를 잘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요코타 타쿠야: 누나가 갑자기 사라진 후 가장 즐거웠던 음식이 거꾸로 너무 고통스러운 것이 되어 저는 그 후로 나베 요리를 먹는 것이 굉장히 슬픈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마도 부모님도 같은 마음을 안고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취재진은 “누나가 만약에 일본에 돌아오면 함께 가고 싶은 곳이 있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그는 “아버지의 경우 동경 시내를 보여 주고 싶어 하고, 어머니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대자연 속에 누워서 누나와 파란 하늘을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역시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지 않는 아주 조용한 곳에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타쿠야 씨는 히로시마에 대한 좋은 추억이 많아서인지 히로시마로 가길 희망했습니다.

요코타 타쿠야: 니가타는 누나가 13살 때 납치당했던 곳입니다. 그래서 누나도 분명 그곳에 가는 것을 싫어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본인이 가고 싶다면 물론 데리고 가겠지만 저는 니가타에 누나를 데려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던 시간을 보냈던 히로시마에 데리고 가고 싶습니다. 히로시마는 날씨가 좋고 또 누나 친구들도 살고 있어서 그런 분들에게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라도 데려가고 싶습니다.

메구미 씨가 실종되고 나서 그의 가족은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타쿠야 씨는 강아지를 키운 사연을 설명했습니다. 누나가 사라지고 나서 집안 분위기가 너무 조용해서 집안을 다시 밝게 하기 위해 아버지가 강아지를 키웠다는 겁니다.

요코타 타쿠야: 그 강아지는 쉐틀랜드 쉽독이었습니다. 암컷이었는데 아버지가 특히 귀여워하셨습니다. 니가타는 눈이 많이 내립니다. 그래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아침저녁으로 데리고 나가셨는데 그 강아지도 아버님을 많이 따랐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안에 바다가 있습니다. 혹시나 그 바다 어딘가에 누나의 발자국이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하시면서 아버지는 강아지와 산책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난 2002년 9월 5명의 일본 납치 피해자가 귀국했습니다. 당시 메구미 씨 가족은 귀국자들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습니다.

요코타 타쿠야: 5명이 귀국했다는 것은 충격적이고 큰 뉴스였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5명을 봤을 때 누나가 5명 뒤에 나오지 않을까 하는 허무한 희망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5명만 나왔을 때는 너무 슬펐습니다. 물론 5명이 귀국했다는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비행기 트랙 밑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마 아버지는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 그 5명의 얼굴에 누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기뻐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타쿠야 씨는 일본 정부의 대북 교섭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물론 고이즈미 총리 시절 5명이 귀국했지만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요코타 타쿠야: 외교적 교섭이라 함은 상식이 통하는 나라와 나라의 교섭이라 할 수 있는데 북한은 우리가 봤을 때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전적으로 일본 정부만의 잘못은 아니겠죠. 그래도 외교교섭 능력은 약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능수능란한 조종에 당한 것처럼 보입니다. 다행히 지금 아베 정권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교섭력이 속히 진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북한은 메구미 씨가 1994년에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과거 메구미 씨의 유골이라고 전달한 유골은 다른 사람의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타쿠야 씨는 “북한이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북한 당국이 누나를 돌려보내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요코타 타쿠야: 아마 누나가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을 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국내에서 혹은 외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의 테러 활동이라든지 스파이 조직들의 연결망 등이 폭로 될까 봐 누나와 그 외의 분들을 돌려보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메구미 씨가 납치된 뒤 그의 부모님은 오로지 메구미 씨의 구출 활동을 위해 살았습니다. 취재진은 부모님과 타쿠야 씨 등 가족들이 그동안 어떻게 활동했는지 물어봤습니다.

요코타 타쿠야: 지금까지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물론 미국 부시 대통령을 만난 것도 있지만 집회 장소에서 서명 활동을 할 때 사람들과 1대 1로 만나 정말 ‘도와주세요’ 라고 우리의 목소리를 냈더니 사람들이 ‘힘내세요’ ‘응원하고 있어요’ 라고 말해 준 그 순간이 가장 기쁘고 기억에 남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울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는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의 반인권적인 행동을 고발했습니다. 타쿠야 씨는 인류의 대참사였던 독일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지금 북한에서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요코타 타쿠야: 일본인 납치 문제는 지금 현실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에서 눈을 피한다거나 해결하지 않는다면 과거는 또다시 되풀이될 것입니다. 이 문제를 내 일처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지금 우리에게 부과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주시고 독재자 김정은을 벌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는 또 “미국이나 유럽 같은 곳에 가서 구출 활동을 벌인다고 해서 누나가 당장 돌아올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타쿠야 씨는 “이러한 작은 움직임이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요코타 타쿠야: 40년이 지났지만 일본 국민은 메구미 누나와 다른 피해자들을 꼭 구출해 내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꼭 언젠가 만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누나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누나가 빨리 돌아와서 연로하신 부모님을 빨리 만나기를 희망했습니다. 아울러 누나가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기원했습니다.

요코타 타쿠야: 부모님은 이미 80세가 넘으셨지만 모두 잘 지내고 계시고 나와 테츠야도 잘 지내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누나도 건강해야 하고 또 건강하게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가 기다린 보람이 없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래. 누나, 꼭 웃는 얼굴로 돌아와 줘요.

자유아시아방송과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의 공동기획 프로그램 ‘당신이 안 계신 동안’, 다음 주 이 시간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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