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우물서 벌어진 북한 ‘물난리’ 현장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3.06.05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인 물! 물은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자원이지만, 아시아에서 다섯 명 중 한 명은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습니다. 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 반해 세계의 절반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연중기획 <물 프로젝트>를 통해 북한의 물 부족 상황과 식수 사정 등을 전해드립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조자가 2008년 10월에 촬영한 황해남도의 한 마을입니다.

공동우물 주변은 물을 긷기 위해 손수레와 바가지를 들고 온 북한 주민으로 북새통입니다. 상수도가 마비돼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지역 주민이 식수를 공동우물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중간에 한 북한 남성이 새치기하자 ‘순서를 지키라!’며 북한 여성의 언성이 높아집니다.

[여성] 아저씨, 비키라요. 우리 바빠!! 비키라, 순서를 지키라요.

군인들도 물을 긷기 위해 우물을 찾고, 손수레에 한가득 물동이를 실은 북한 여성들은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언덕을 올라갑니다.

열 살도 채 되어 보이지 않는 작은 체구의 소녀도 물지게를 지고 물을 나르는데요, 물지게가 무거운지 한참을 멈춰 서다 무겁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북한의 열악한 식수사정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동영상을 촬영한 내부협조자의 말처럼 현장은 ‘물난리’입니다.

동영상과 관련해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지금도 북한의 식수 사정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는데요.

[Ishimaru Jiro] 북한에서 식수 문제가 나빠진 것은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입니다. 전기사정의 악화와 수도관이 낡아 못 쓰게 된 것을 수리하지 못해 전국적으로 물 사정이 매우 나빠졌는데요, 지금 2013년 현재도 계속 나빠졌다는 소식은 많지만 좋아졌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실제로 ‘아시아프레스’가 지난 3월 확인한 오늘날 북한의 물 사정은 여전히 물이 부족해 공급을 받지 못하고 직접 길어다 먹는 날이 많았습니다. ‘아시아프레스’가 직접 북한 주민과 나눈 대화 내용입니다.

- 요즘 수돗물 잘 나옴매? 아직도 사람들이 물 길으러 다니는지 궁금해서 물어봄매.

[북한 주민] 수돗물이? 물이 어떻게 잘 나오겠소? 그냥 일주일에 한두 번씩 물이 나옴매. 뭐 달라진 게 없소. 아직도 물 길어다 먹거나 사 먹소.

- 그런데 아파트는 물이 안 나옴매?

[북한 주민] 예. 땅집이 안 나오는데 어떻게 아파트에 나오겠소? 아파트야 더 안 나오지. 수돗물은 전기가 없어 끌어오지 못할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끌어와도 소독약이 없어 소독을 못 해 물 공급을 못 할 때도 있소.

2009년까지 평양에 거주한 탈북자도 “평양과 달리 지방은 수도의 보급률이 매우 낮고, 그나마 수도가 있어도, 전기가 부족해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라며 결국 북한 주민은 식수를 구하기 위해 우물을 찾게 된다고 말했는데요.

[Ishimaru Jiro] 산이 많은 지역은 강물을 많이 이용하고, 평지 지역은 우물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평양에서도 수도공급이 많이 나빠졌기 때문에 아파트 건설할 때부터 우물을 이용하는 것을 전제로 건설공사에 들어간다는 소식도 들어왔습니다.

국제기구와 민간단체에 따르면 북한 내 기반 시설과 전기 부족으로 물을 끌어오는 펌프 시설이 매우 열악하며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도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식량계획이 지원하는 145곳 학교와 고아원 등 보육시설의 42%가 수도 시설이 없어 식수를 우물물에 의존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오염된 식수로 인한 질병은 북한 내 유아 사망의 가장 주된 요인으로 꼽힐 만큼 북한의 식수 문제는 심각한데요.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엔, 민간단체 등 국제사회는 수질개선과 물 부족 사태의 해결 등 북한의 식수 개선을 위한 지원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열악한 환경 탓에 전반적인 식수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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