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까지 단속하는 북한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6.05.06

옷차림까지 단속하는 북한

북한 당국이 선전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의 모습에는 웅장함과 화려함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북한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분 영상, 북한을 보다’시간에서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꼬집어봅니다.

- 북한 사회, 옷을 통해 자본주의 문화 확산

- 바지 입었다고 단속된 북한 여성

- ‘학생규찰대’, ‘여성동맹규찰대’ 등 규찰대가 단속 나서

- 복장뿐 아니라 머리 모양, 염색, 액세서리도 단속

- 사회주의 강조 분위기 속 복장 단속 강화할 듯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촬영한 여러 지역의 동영상을 보면 북한 주민의 옷차림에서 외국 문화의 영향을 받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20여 년 전부터 대부분 북한 주민은 중국에서 수입한 옷을 입어왔기 때문에 옷이나 가방에 쓰여 있는 글씨․그림 등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요, 영어는 물론 미국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 등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한국과 미국 등 자본주의 문화의 유입을 단속하는 데 신경 써왔는데요, 그 단속의 중심에는 ‘규찰대’라는 조직이 있습니다.

‘규찰대’는 학교나 직장, 사회단체에서 조직한 사회 풍기단속 기관인데요,

황해남도 해주시, 두 명의 여성이 규찰대에 단속됐습니다. 바지를 입었기 때문인데요, 북한에서 바지를 착용한 여성은 단속 대상입니다.

단속 대상은 일반인뿐 아니라 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규찰대는 학생들은 전담해 단속하는데요, 영상에는 곳곳에서 바지를 입어 단속된 여성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촬영자가 단속된 여성에게 “봐달라고 하지 그러냐?”라고 말하자 여성은 “안 보내준다”고 대답합니다.

- 바지 입었다고 단속했나? 사정 있다고 봐달라고 그러지?

[북한 여성] 아니...

북한의 수도 평양에서도 복장 단속이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모란봉 구역에서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여성규찰대’가 복장 단속에 나섰는데요,

때로는 단속에 반발하는 주민도 있습니다.

동영상 속의 이 여성도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단속에 걸렸는데요, ‘바지 입은 사람이 한둘이냐?’며 단속한 남성에 거칠게 항의합니다.

- 바지 입은 사람이 한둘인가?

[단속반] 그걸 100% 다 잡나?

- 때리라, 때리라. 말 똑바로 하라. 이 계집애 하면서 말이야...

삿대질을 하며 위협을 가하는 남성에게 이 여성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데요, 옆에 있던 단속원들이 여성을 툭툭 치며 더 몰아세웁니다.

- 야. 야. 가만히 있으라.

북한 당국의 복장 단속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또 단순히 복장뿐 아니라 머리 모양과 액세서리 등도 단속 대상인데요,

특히 북한 당국은 제7차 노동당 대회의 개최를 맞아 주민의 복장과 머리 모양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가운데 염색과 귓불에 구멍을 뚫는 '피어싱'은 물론 여성은 긴 머리를 뒤에서 하나로 묶어 늘어뜨리는 이른바 '포니테일'머리도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청바지는 물론 다리에 달라붙는 바지도 적발 대상이 되며 노란색이나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시장경제의 발달과 외부 문화의 유입으로 북한 사회에 자본주의 문화가 확산했으며 청소년들 사이에서 한국과 중국의 옷차림새를 좇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는데요,

특히 지난 6일에 개최한 제7차 노동당 대회를 계기로 북한 당국이 비사회주의 문화를 척결하고 사회주의 기강을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이전보다 더 확고해 보인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Ishimaru Jiro] 내부 소식을 들어보면 이번에는 매우 강도가 센 것 같아요. 당국의 의지가 강하다는 거죠. 특히 젊은이에 대한 통제 강화입니다. 외부 정보가 들어오면서 젊은 사람들이 외국의 유행, 북한에서 말하는 황색 문화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5월 당 대회까지는 통제하라는 지시가 중앙에서 있었던 것 같아요.

이같은 당국의 복장 단속에 대해 북한 주민도 할 말이 많습니다. 평안남도 평성 출신의 이 여성은 북한의 복장 단속이 인권유린에 해당한다고 꼬집는데요,

[북한 여성] 우리는 옷도 제대로 못 입으니까... 귀걸이, 목걸이도 다 못 끼고 다니게 합니다. 치마 안 입으면, 바지 같은 거 입으면 칼로 막 자른단 말입니다. 조선 팔도에 바지 안 입고 다는 여자가 어디 있습니까? (입고 있는 바지 찢으면 안 되지.)글쎄 말입니다. 그게 인권 모욕인데...

북한의 함경북도에서는 지난달 북한 내 비사회주의 풍속을 단속하는 '청년동맹 비사그루빠', 즉 비사회주의 단속 그룹을 새로 조직했고 함경북도와 양강도에서는 단속에 걸린 청소년들을 강원도에 있는 ‘6․18돌격대’로 보내 강제로 노동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시마루 대표는 앞으로 북한에서 '사회주의 원칙'과 '조선혁명' 등이 강조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에 맞지 않는 비사회주의 요소에 대한 단속을 당분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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