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13, 열차 속 물난리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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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인 물! 물은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자원이지만, 아시아에서 다섯 명 중 한 명은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습니다. 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 반해 세계의 절반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연중기획 <물 프로젝트>를 통해 북한의 물 부족 상황과 식수 사정 등을 전해드립니다.

- 2005년, 반복된 정전으로 며칠째 열차에 탄 승객들

- 기차 안에는 물 공급 전혀 안 돼

- 정전으로 기차 멈추자 돈 주고 구매한 물로 세수

- 역 주변이 아닌 곳에서는 배수로 물 이용

- 역 주변 상인들은 물 파는 것이 주요 생계수단

- 2013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 물장사에 위아래 없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1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함경남도 함흥역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살펴봤습니다.

2005년 6월에 촬영한 이 동영상은 청진과 신의주를 오가는 열차를 타려는 주민의 모습을 담았는데요, 많은 사람이 오가는 역 앞, 승객들이 역에서 공급하는 물을 받아갑니다. 열차 안에는 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이 물은 열차를 이용하는 북한 주민에게 매우 중요한 자원입니다.

특히 북한의 열차는 늘 전기가 부족해 수도 없이 정차하고 이 때문에 이동 시간이 길어지는 데다 승객들이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기차에서 일주일 정도 지내야 할 때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정전으로 멈춰버린 열차 안, 오랜 여행 탓인지 기차 안 승객들의 모습이 매우 지쳐 보입니다.

열차가 멈춘 사이 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이 세숫물을 사는데요, 오랫동안 씻지 못했는지 얼굴, 머리 등이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지저분해 보입니다. 세수 한 번 하는데 드는 비용은 당시 북한 돈 50원. 세숫물을 구매한 승객들은 곳곳에서 이도 닦고, 세수도 하며 묵은 때를 벗겨 냅니다.

이처럼 기차에서 장시간 보내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지만 열차에는 전혀 물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승객들이 세수를 하거나 용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차가 정차했을 때마다 물을 사서 써야 하는데요, 물은 파는 상인들은 역 인근의 주민입니다. 이처럼 역 주변의 주민에게는 기차 승객에서 물을 파는 것이 주요 생계 수단 중 하나가 되었는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장사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북한 주민의 생활 투쟁도 엿볼 수 있죠. 현금만 받을 수 있으면 다 장사가 되는 거죠. 기차에서 물이 공급되지 않으니까 세숫물이든 식수든 수요가 있으면 장사할 기회라 생각하는 주민도 있을 겁니다.

얼마 뒤 기차는 또 멈춰 섰습니다. 이번에는 역이 아닌 곳에서 멈췄는데요, 이곳에는 물을 파는 상인이 없기 때문에 승객들이 철로 옆 배수로의 물로 씻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은 8년이 지난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프레스’가 촬영한 2013년 9월 양강도 혜산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한 역에 정차하자 물을 파는 상인이 기차로 다가옵니다.

지긋이 나이를 먹은 북한 여성과 어린 소년 등이 물을 팔기 위해 승객들과 흥정을 벌이는데요, ‘물이 얼마냐?’고 묻자 북한 여성이 2천 원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소년은 “1천 원에 길어오겠다”며 가격 경쟁을 벌이는데요, 북한 여성과 소년의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손님 앞에서 서로 간 배려심은 조금도 없습니다.

[승객] 물 한 동이에 얼마요?

[상인] 이거 2천 원만 내오.

[소년] 난 천 원에 길어오겠습니다.

[상인] 5백 원만 더 주면 좋겠는데...통이 있어놔서 (남는 게 없다.)

[소년] 그거 2백 원인데 무슨...

이처럼 열차 승객에게 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북한의 현실은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임을 알 수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Ishimaru Jiro] 제가 이전에는 어땠는지 탈북자들에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80년대에는 열차 안에서 세숫물이 제대로 나오고 화장실에도 물이 나왔답니다. 그런데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열차 안의 물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어진 겁니다. 국영 열차는 계속 적자이지 않습니까? 사람과 짐을 운반하는 것 외의 서비스는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 상식화된 것 같습니다.

앞서 ‘자유아시아방송’은 물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3월 평안남도 평성역 앞에서 세숫물을 파는 북한 여성의 모습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보기) 당시에도 열악한 북한의 수도시설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물을 사용할 수 없어 세숫물 한 바가지를 500원에 파는 모습이었는데요, 8년 전보다 물값도 많이 올랐습니다.

식수도 아닌 세숫물까지는 파는 오늘날의 북한. 조금도 나아진 것이 없는 공공장소의 물 사정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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