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0대 뉴스] ④방향을 잃은 ‘새경제관리체계’

서울-문성휘, 이예진 moons@rfa.org
201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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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나선경제무역지대에서 중국과 합작으로 운영 중인 고효율 농업시범구.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예진: 2012,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2012년 한 해의 북한 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자유아시아방송 10대뉴스’, 오늘 진행을 맡은 이예진입니다. 오늘 ‘10대 뉴스’의 네 번째 시간은 문성휘 기자와 함께합니다. 문성휘 기자, 안녕하세요.

문성휘 :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 먼저 오늘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문성휘 : 네, 간단한 내용부터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이예진 : 김정은 집권 1년 동안 가장 관심을 받았던 부분이 ‘새경제관리체계’ 아닐까요? 김정은이 왜 갑자기 ‘새경제관리체계’를 내놓았는지 그 배경부터 한번 살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문성휘 : 네, 북한의 ‘새경제관리체계’, 김정은이 올해 6월 28일에 발표했다고 ‘6.28조치’라고도 부르는데요. ‘새경제관리체계’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있던 시절부터 나름대로 많이 생각했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의 ‘조선일보’는 12월 15일자 기사에서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은 김정일 장례식 날 고위 간부들을 불러놓고 ‘새로운 경제관리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장례식 날에 이런 언급을 했다는 것은 김정은이 김정일 생전부터 ‘새경제관리체계’에 대해 많이 구상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또 한 가지, 북한은 해마다 ‘새해 첫 전투’로 거름생산에 총력을 기울이는데요. 올해의 경우 이러한 거름생산이 1월 중순경에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중단됐습니다. 여기에 대해 우리 자유아시아방송도 이미 보도를 했었는데요.

거름생산이 갑자기 중단된 이유에 대해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속에서는 ‘곧 농업개혁이 있다, 농업개혁을 하면 개인들에게 땅을 나누어 주기 때문에 거름을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새경제관리체계’는 갑자기 내놓았다기 보다 김정은이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이 생각해 오던 문제를 일정한 권력수습기간을 거쳐 올해 6월 28일에 공식화했다고 보면 정확할 것입니다.

이예진 : 그러면 ‘새경제관리체계’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문성휘 : 북한은 ‘새경제관리체계’ 발표 후 각 공장기업소 담당자들과 실무일꾼들을 대상으로 그에 대한 강습을 조직했습니다. 여기에서 김정은이 구상하는 ‘새경제관리체계’의 내용들이 대부분 나왔다고 보면 되는데요.

우선은 농업개혁입니다. 농민들에게 땅을 분배해주고 농민들이 분배를 받은 땅에서 국가의 통제가 없이 자율적으로 농사를 짓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생산된 농산물에 대해서는 농민이 30%, 국가가 70%로 나누는 3.7제를 실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 공업부문 개혁인데요. 국가계획경제를 폐기하고 공장기업소들이 자율적으로 생산과 판매를 해서 노동자들을 먹여 살린다는 겁니다. 이 과정도 역시 공장기업소들이 수익의 30%를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 70%를 가지고 직원들의 월급을 비롯해 생산에 필요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육, 보건을 비롯한 국가관리 기관들인데요. 이들에 대해서는 배급제와 일체의 공급제를 폐지하고 대신 월급을 높여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들을 모두 시장에서 사서 쓰도록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예진 : 네, 지금 말씀하신 정도면 북한의 ‘새경제관리체계’가 ‘개혁개방’에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새경제관리체계’ 이전에도 북한이 이와 비슷한 조치들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문성휘 : 네, 북한은 이미 2002년 7월에 ‘7월1일 경제개선조치’라는 것을 내놓고 이와 같은 시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11월 30일에 기습적으로 단행한 ‘화폐개혁’도 경제 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었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과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이예진 : 그렇게 여러 차례의 시도들이 있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문성휘 : 네 . 무엇보다 북한의 열악한 식량사정과 경제난이죠.

이와 관련 ‘탈북작가 펜센터’ 도명학 사무국장이 한 말이 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도명학 : 지난 2002년 ‘7월1일 경제관리조치’도 그래, ‘화폐개혁’ 역시 현실을 무시한 욕망이 빚어낸 참사입니다. 생산과 유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당국이 억지로 가격을 제한하니 시장에선 오리려 물가가 더 뛰는 거죠. 김정은이 내 놓은 ‘새경제관리체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당국이 조급하게 시장에 개입하면 절대로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문성휘 : 네, 들어보신 것처럼 북한이 경제개혁을 시도하면서도 시장을 통제하려고 하는 발상, 이것이 지금까지의 모든 개혁시도들을 실패로 돌아가게 한 근본원인입니다. 일단 개인들이나 공장기업소와 같은 집단에 자율권을 주었으면 그들 스스로가 모든 것을 결정하게끔 해야 한다는 거죠.

이예진 : 그런데 당장 시행될 것처럼 떠들던 ‘새경제관리체계’가 왜 아직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거죠?

문성휘 : 네, 현재 북한에 ‘새경제관리체계’를 받아들일 능력이 있는 공장기업소들이 없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새경제관리체계’대로라면 원료, 자재부터 다 자체로 해결하고 생산과 판매, 분배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만한 역량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거죠.

그래서 애초에 8월 초부터 당장 시행한다고 하던 ‘새경제관리체계’가 10월 초부터, 또 12월 초부터로 고무줄 밀리듯 밀리다가 지금에 와서는 딱히 언제부터라는 계획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예진 : 마지막으로 북한이 ‘새경제관리체계’를 언제부터 시행하게 될지, 또 ‘새경제관리체계’가 정말 실현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문성휘 : 네, 북한은 지금 일부 공장기업소들과 협동농장들에서 ‘새경제관리체계’를 시범도입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범도입 결과가 시원치 않다는 것인데요. 북한 당국은 보통 노동자들의 월급이 북한 돈으로 15만 원 이상이어야 생계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청진화학공장’이라든지, ‘평양신발공장’들에서 시범운영을 해 본 결과 노동자들에게 차례지는 월급이 고작 3~4만 원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거죠. 김정은 정권이 자신들의 의도와 현실간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겠는가가 제일 관건이고요.

‘새경제관리체계’ 시행과 관련해서 북한의 간부들과 지식인들은 이르면 내년 초부터, 또 먼저 농업분문부터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그 범위를 다른 분야로 넓혀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새경제관리체계’가 과연 성공할 것이냐? 여기에 대해서 ‘조선중앙방송’ 기자 출신의 탈북자 장해성 선생을 통해 들어보았습니다.

장해성 : ‘새경제관리체계’가 성공하느냐, 마느냐는 무엇보다 북한 당국이 시장에 개입하느냐, 안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주민통제가 약화되는 결과를 우려해 시장에 계속 개입하려 든다면 예전의 시행했던 경제개선조치들과 마찬가지로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성휘 : 네, 장해성 선생은 시장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개입이 계속 된다면 ‘새경제관리체계’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제대로 된 분석 같습니다.

덧붙여 말씀을 드리면 생산물에 대한 분배문제도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북한당국이 생산물의 30%를 거두어 가는 것으로 되었지만 이것 외에 추가적으로 빼앗아 가는 것이 없겠는지, 또 북한 당국이 개별적 간부들의 수탈과 개입으로부터 공장기업소와 농민들을 어떻게 지켜 줄지가 성패를 가를 요인으로 간주됩니다.

이예진: 그렇군요. 첩첩난중(疊疊難仲), 북한의 ‘새경제관리체계’의 앞날을 이렇게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성휘 기자,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문성휘 :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자유아시아방송의 2012년 10대 뉴스 네 번째 시간 ‘방향을 잃은 새경제관리체계‘ 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북중경협활성화속 경제종속우려도’ 라는 제목으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