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성역 앞의 500원짜리 세숫물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3.08.06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인 물! 물은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자원이지만, 아시아에서 다섯 명 중 한 명은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습니다. 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 반해 세계의 절반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연중기획 <물 프로젝트>를 통해 북한의 물 부족 상황과 식수 사정 등을 전해드립니다.



<평성역 앞의 500원짜리 세숫물>
- 2013년 3월, 평안남도 평성역 앞
- 역 앞에서 세숫물을 파는 북한 여성, 한 바가지에 500원,
- 열악한 수도 시설로 공공장소에 물 공급 이뤄지지 않아
- 세숫물까지 팔아야 하는 북한 주민의 팍팍한 삶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조자가 지난 3월 촬영한 평안남도 평성역 앞의 모습입니다. 역 앞에는 많은 북한 주민이 짐과 자전거, 수레와 함께 뒤섞여 있는데요,

한쪽 담벼락 밑에 바가지 몇 개를 늘어놓고 세숫물을 파는 북한 여성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취재협조자가 세숫물 가격을 물어보는데요, 그중 상인이 재빨리 일어나 세수하고 가라며 흥정을 시작합니다. 원래 500원인데 300원에 하라며 먼저 가격을 깎아주는데요,

- 세수 한번 하는 거 얼마에요?

[상인] 500원인데, 300원에 하라.

- 여기서 어떻게 씻간? 집 안에서 씻는 건 없나?

[상인] 집 안에 안 데리고 가. 여기 가서...

취재협조자가 마땅히 씻을 데가 없다고 말하자 한쪽에 있는 역내 수도시설을 가리키며 깨끗한 곳이니 가서 씻으라고 권유합니다.

- 목욕탕에 가야 되겠구나.

[상인] 깨끗한데 가서 해

한 바가지의 물에 500원은 매우 비싼 가격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역 앞에 물장사가 많은 이유는 일반 주민들이 공공장소에서 물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북한의 열악한 수도 사정을 말해주는 단면이라고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Ishimaru Jiro] 원래는 기차 여행을 떠나는 사람, 아니면 도착한 사람들이 손과 얼굴을 씻고 싶은데 물이 안 나오잖아요. 수도 시설이 안 된데요. 이런 사람을 대상으로 물장사 아주머니들이 모이더라고요. 열악한 수도 시설 탓에 공공기관에서 물이 안 나오니까 그런 장사가 되는 거죠.

평성에서 거주하다 2009년에 탈북한 남성은 이 영상을 보고, '원래 역내 수도 시설은 역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지만 물을 파는 상인들과 수도 시설 관리자가 합의해 비싼 돈을 내고 목욕을 하는 손님들은 수도 시설로 가게 하고 그 대가로 물장사는 눈감아 주면서 서로 공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북한에서는 정수장, 양수기를 움직이는 전기, 그리고 수도관의 관리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역전이나 버스 정류장 등 공공장소에서도 물 공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Ishimaru Jiro] 2013년 현재도 복구가 잘 안 되는 거죠. 이 때문에 식수뿐만 아니라 세숫물 정도의 물도 공급이 되지 않는, 북한의 마비된 인프라 상황을 잘 알 수 있는 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북한에서도 돈을 받고 물을 파는 것이 도덕적으로 문제시됐다고 하는데요, 한편으로는 북한의 열악한 수도시설을 지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는 북한에서도 생존을 위해 세숫물까지 팔게 되는 팍팍한 북한 주민의 삶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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