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청소년 역사 탐방] (1) 경주 천년을 보다

경주-노재완 nohjw@rfa.org
2012.08.13
kyungju_tour_305 사단법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주최한 ‘남북청소년 역사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불국사를 관람한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RFA PHOTO/ 노재완

앵커: 여름 방학을 맞아 탈북 청소년들의 역사.문화 탐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남쪽의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신라 천 년의 역사 도시 경주와 한국 근대화의 상징 도시인 울산을 돌아보며 우정도 쌓았다고 하는데요. 노재완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오늘과 내일 2회에 걸쳐 이들의 탐방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오늘은 경주 편입니다.

“대릉원에서 첨성대를 지나 계림으로 가고, 그리고 안압지나 박물관을..”

지난 7일 밤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있는 한 청소년수련원. 탈북 청소년들이 3박 4일간의 탐방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북한인권시민연합의 김미리 팀장의 말입니다.

김미리: 지금 학생들이 하고 있는 것은 내일 경주 조별 탐방에 앞서 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는 건데요. 본인들이 어디에 가고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계획을 짜는 겁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탐방만 다니면 지루할 것 같아서 여러 가지 임무들도 줬습니다.

이번 탐방에는 서울의 경기여자고등학교와 재현고등학교 학생과 지도교사 등 20여 명이 참석했고, 탈북 청소년 10명이 함께 했습니다.

이들은 8월 8일과 9일 이틀간 불국사를 비롯해 대릉원, 첨성대 등 경주의 문화유적지를 관람하고, 마지막 날인 8월 10일 울산 현대자동차공장과 박물관 등을 견학하게 됩니다.

다음 날 아침 참가자들이 경주 탐방을 위해 대릉원에 모입니다. 폭염이 예상되는 더운 날씨였지만, 탐방을 향한 참가자들의 열정은 대단했습니다. “하나둘 셋, 화이팅~!!”

불국사를 최종 목적지로 삼아 조별 탐방에 나섭니다. 불국사와 석굴암을 제외한 경주 시내에 있는 유적지는 걸어서 다녀야 합니다. 주최 측이 이들에게 제공한 것은 약간의 용돈과 안내지도, 음료수가 전부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록된 경주는 찬란했던 신라 천년의 문화를 느낄 수가 있습니다.

문화해설사: 경주는 어느 나라의 수도였나요?

학생들: 신라요.

문화해설사: 그러면 신라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BC 57년에 시작이 된답니다. 668년 삼국이 통일되고, 935년에 멸망하게 되죠. 992년 동안 한 번도 수도를 옮긴 적이 없습니다.

김영남(탈북청소년): 역사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는 고려가 통일했다고 배웠어요. 여기 남쪽은 신라에서 통일했다고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북한은 고구려 위주로 배우고요. 여기는 신라 위주로 배우는 것 같습니다.

선덕여왕과 화랑 용춘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에서부터, 무영탑을 만드는 남편 아사달을 그리워하다 연못에 빠졌다는 아사녀 이야기까지 천 년 고도 경주에는 관련 설화도 아주 많습니다.

그 옛날 별을 관찰하던 첨성대는 지금도 위풍당당하게 서 있습니다.

문화해설사: 자세히 보시면 땅 밑에 한 단이 더 있어요. 첨성대는 땅속에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전체가 31단입니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 우연히도 우리나라의 국보 31호로 지정됐어요.

경주의 조선 시대 향교도 색다른 볼거리입니다. 향교 주변은 고택으로 둘러싸여 있어 한옥의 정취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계림에 도착한 이들은 나무 그늘에서 잠시 더위를 식힙니다. 막간을 이용해 오락 시간도 가졌습니다. (현장음: 단체 줄넘기와 제기차기)

김은진(경기여고):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요. 이제는 많이 친해졌습니다. 미션을 같이 하다 보니까 협동심도 생기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경주 중심 유적지를 둘러본 이들은 불국사와 석굴암을 보기 위해 토함산 기슭으로 향했습니다. 신라 불교 역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불국사는 경주 답사의 백미입니다. 화려한 다보탑은 진한 멋을 자랑했고, 수수한 석가탑은 수줍은 듯 청초한 자태를 뽐냈습니다.

하나 둘, 사진기 터지는 소리! 이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마음껏 사진기 셔터를 누릅니다.

민성재(재현고): 이렇게 같이 있으니까 남과 북이 다 같은 친구들이고요. 빨리 통일이 이뤄져서 이런 만남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보라(경기여고): 저도 통일이 빨리 됐으면 좋겠어요. 사랑해요~

한여름에 더위가 한풀 꺾이는 저녁에도 경주의 볼거리는 많습니다. 화려했던 신라 문화처럼 밤이 되면 빛을 발하는 안압지의 야경은 모든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이들은 피곤함도 잊은 채 숙소 앞 유희장도 찾았습니다. (경주월드 현장음)

숙소로 돌아온 이들은 조별로 탐방 결과를 발표합니다.

발표자: 이것은 컨셉 사진인데요. 에밀레종 앞에서 찍은 겁니다. 머리에 꽃을 달고 찍은 겁니다. 그리고 안압지에 갔는데요. 소녀시대를 따라 했습니다.

사회자: 여러분이 보시기에 귀엽고 깜찍하나요?

학생들: 아니요.(웃음)

9일 아침 이들이 간 곳은 경주 문화공원. 지난해 경주세계문화박람회가 열렸던 곳으로 신라 황룡사 9층 목탑의 모습을 본떠 만든 경주 타워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아파트 30층 높이에 해당하는 꼭대기 전망대에서는 경주 일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주변의 유적과 유물들을 둘러보면서 천 년 고도 경주로의 여행은 이들에겐 흥미롭고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아직 친해지지 못한 친구들도 있는데요. 다가가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말을 걸어준 친구들이 있어서 고마웠어요. 남은 시간도 더 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탈북청소년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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