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특별기획] ④탈북자 1박2일 북한 단체응원

워싱턴-김진국 kimj@rfa.org
2012.08.23
nk_defectors_supporters_305 인공기를 들고 북한선수를 응원하는 영국의 탈북자들
RFA PHOTO/김진국

앵커: 자유아시아방송은 2012 런던올림픽을 돌아보는 특집기획을 전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네 번째 순서로 ‘탈북자들의 북한올림픽대표팀 1박 2일 응원 여행’ 편입니다. 북한에서 살 수 없다며 고향을 떠난 탈북자들이 올림픽에 출전한 북한선수단을 응원하는 1박 2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들의 장거리 여행을 김진국 기자가 동행했습니다.

(Music – 승리를 위하여)

[INTRO: 응원 / 참가 동기]

“빨리 넘겨라, 비었잖아” (조해성) 북한이 이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졌지만 강대국 미국과 상대한 것도 대단하다 생각하고요..

“코리아” (리연주) 북한이 올림픽 경기까지 온다고 해서 무조건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에 먼걸을 달려 갔습니다.

“잘 한다 잘 한다” (정기남) 모처럼 북한이 경기를 하니, 고향 생각나서 갔죠”

“다치지 말라” (김민성) 그 나라를 버리고 떠났지만, 사상과 이념을 떠나서 민족애 하나로..

“우리는 어떻게 응원할까요? DPRK라고 하면 되나?” (최중화) 같은 고향 사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보니까

(Music – 승리를 위하여)

이른 아침부터 영국의 수도 런던 근처에 사는 탈북자들이 하나 둘씩 모입니다.

(기자) 이정도 날씨가 런던의 평소 날씨라는거죠?

(김주일) 비가 올 듯 말 듯 잔뜩 찌푸린 런던의 보통 날씨입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 함께 가게 됐는데요, 잘 부탁드립니다.

(탈북자들) 네

(김주일) 누구 누구 가는 거야?

(최중화) 해성이, 이모부, 기남 아저씨,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 한 15명 될거야

(기자) 맨체스터에서 3명 기다린다고 했으니 한 20명 되겠네요.

(김주일) 탈북자가 북한 선수를 응원하는 것도 처음이고 올림픽 경기장을 가는 것도 처음이고 여러모로 역사적인 날입니다. 북한 선수들이 이 사실을 알면 당황하고 난감하겠네요

(최중화) 인공기를 가지고 갈 수도 없고, 한반도기가 좋은데 그건 한국에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없어서 그냥 맨손으로 갑니다.

2012년 7월 31일, 제30회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북한 여자 축구단이 조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미국과 맞붙는 날입니다.

경기가 열리는 곳은 런던에서 서북쪽으로 자동차로 4시간 거리인 맨체스터입니다.

(기자) 드디어 출발이네요. 오전 8시 15입니다.

탈북자 북한올림픽대표 응원단이 구입한 입장권. RFA PHOTO/김진국
탈북자 북한올림픽대표 응원단이 구입한 입장권. RFA PHOTO/김진국
오후 5시 15분의 경기 시각에 늦지 않으려 일찌감치 출발해서인지 오후 2시 무렵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기자) 여기가 맨체스터죠?

(탈북자들) 사람들 많이 안 기다렸겠지?

(김민성) 아이고, 오랫만입니다. 어서 오세요. 동생들 반갑구나

탈북자로 구성된 사상 첫 북한올림픽대표 응원단원이 모두 모인 셈입니다.

오랜만의 가족 모임 같은 밝은 분위기로 함께 점심 식사를 합니다.

(김민성) 오늘 점심은 닭다리 하나씩이에요. 기자 선생, 우리는 성씨가 같은 가족이에요. 탈 씨, 같은 탈북자니까 한 가족이죠.

북한에서 30여년 동안 배구 선수와 지도원 생활을 했던 김민성 씨는 집주인이자 오늘 응원단의 최고 연장자입니다.

(김민성) 오늘 이 경기를 보는 목적은 우리가 비록 그 나라를 버리고 떠났지만, 동족애만큼은 아직 그대로기 때문입니다.

늦은 점심과 오랜만의 만남으로 이야기 꽃을 피우는 북한응원단 보다 기자가 먼저 축구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7월27일 RFA 생방송>> “여기는 잠시 후 북한과 미국의 여자축구 경기가 열릴 맨체스터 올드 트레포드 경기장입니다. 북한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오늘의 북한단체응원단인 탈북자들도 일찌감치 경기장에 도착해서 선수들의 모습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인공기도 가져오셨네요

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의 오늘 관중 수는 약 3만 명입니다.

대부분이 미국을 응원합니다. “USA USA”

(기자) 우리는 어떻게 응원할까요?

(조해성) DPRK라고 하면 되겠다.

(최중화) DPR이라고 할까요?

관중들은 큰 함성으로 선수들을 맞이 합니다.

(철진 아저씨) 우리 북한아이들은 애기 같아

미국 국가의 연주가 끝나고 북한 국가 연주가 시작되자 연신 웃으며 소풍 나온 기분을 내던 탈북자 북한 응원단의 표정이 굳어집니다.

(정기남) 이 노래 나올 때마다 고향 생각나 죽겠어

(기자) 느낌 어떠세요?

(철진 아저씨)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북한에 있을 때 새벽이나 밤에 TV에서도 많이 봤는데..

경기가 끝난 뒤 헤어질 때 유난히 표정이 어두웠던 연주 씨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리연주) 북한에 있을 때 새벽 5시, 밤 12시 매번 들었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경기장에서 들으니 눈물이 났어요. 유럽에 살면서 가 볼 수 없는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고, 정말 가고 싶어요

함경북도의 국경지역 출신이라는 연주 씨는 어릴 때 부모를 잃고 7명의 형제, 자매를 혼자 부양하다 견디다 못해 북한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진국입니다.

<<앵커>> 2012 런던올림픽 특별기획, 내일 이 시간에 ‘탈북자들의 1박 2일 북한올림픽대표 단체응원 여행’ 편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청취자 여러분의 많은 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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