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북-중 국경을 가다] ④ 은밀히 반입되는 한국 상품

2009-11-05

MC: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북한 주민들간의 빈부격차는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고가의 한국제품과 외제품을 구입하며 여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400km 북-중 국경 지역에 대한 현지 취재를 통해 북중교역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네번째 순서로 “은밀히 반입되는 한국제품” 편을 보내드립니다.

<단동의 한국 의류 상가>

인파가 붐비는 단동의 중심가. 중국에 나왔던 북한 사람들이 귀국하기 전에 한번쯤은 들른다는 단동 시내의 한 한국 의류 상가를 찾았습니다.

<단동시내 소음, 사람들의 말소리>

한국 제품은 중국인들뿐 아니라 북한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높습니다. 1층 상가에 들어가니 여기저기에 조선어와 한자로 된 간판이 걸려있습니다. 때마침 의류매장에서 안경을 낀 40대 젊은이와 중국 조선족 판매원이 승강이를 벌입니다. 굳은 말투를 보니 북한 사람입니다.

판매원: 아, 이거 안 됩니다. 입고 가셨다가 도로 가져오면 어떻게 해요?

북한인: 아니, 이거 딱 한번만 입었단 말이요.

판매원: 이러시면 안 됩니다.

북한인: 사람들이 나보고 할아버지 같은 옷을 입었다고 해요.

상황을 보니 북한인이 황색 점퍼를 사갔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다시 물리러 온 것입니다. 그러자, 판매원은 목에 검은 얼룩이 묻었다면서 안 된다고 만류합니다.

그래도 북한인은 막무가내로 색깔이 마음에 안 든다면서 밀어붙입니다. 결국 판매원은 다른 제품으로 교환한다는 조건으로 한 발 물러서고야 맙니다. 승강이 끝에 북한인은 까만색 점퍼를 골라 입어봅니다.

북한인: 나한테는 그래도 까만색이 맞단 말이요.

기자: 이거 얼마나 하세요?

판매원: 550원($85)이요.

점퍼의 상표를 보니 한국 제품입니다. 중국 돈 500원이면 미화 80달러. 북한 돈 약 30만원에 해당됩니다. 한국에서 팔리는 점퍼와 가격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한국인과 별로 다를 바 없는 소비를 하고 있는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2층에 올라가보니 한국 내의를 파는 가게가 눈에 뜨입니다. 한국의 대표적 내의 상표인 ‘TRY’도 보입니다. 상가 이쪽저쪽에서 김일성 초상휘장을 단 북한 사람들이 쇼핑하고 있습니다.

이때 50대 중반의 누런 점퍼를 입은 사람이 40대 중반의 젊은 사람들을 대동하고 가게에 들어섭니다. 50대를 가리켜 옆에서 ‘사장 동지’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어느 무역기관의 책임자인 듯 합니다.

북한 사장은 한국 사장에게 단추가 네알 달린 카시미어 내의를 요구합니다. 이 일본 고급 내의가격은 인민폐 2,800원, 미화 약 400달러에 달합니다. 400달러짜리 내복은 한국에도 드뭅니다.

한국인 사장은 카시미어 내의는 양의 털 중에서 가장 부드럽고 가벼운 부분의 털로 짠 최고급 내의 이므로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단동에서는 한국제품이나 일본제품을 찾는 북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비록 요즘에는 뜸해졌지만, 한때 북한이 경제 개혁조치를 취하고, 대외무역을 장려했던 2005년경에는 수천달러짜리 가죽 소파를 사가는 사람들, 고급 원목가구를 직접 사가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말합니다.

<단동의 다른 중심가>

복장가게를 나와 찾은 곳은 한국 가전매장. 한국의 딤채 김치냉장고며, 쿠쿠밥솥, 보온밥통 등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기자: 이건 어느 나라 제품인가요?

판매원: 한국의 쿠쿠밥솥이요.

기자: 쿠첸이라고 쓰여 있는데요.

판매원: 쿠첸도 있는데, 이건 가격이 1,800원($300)이요.

북한 사람들이 선호하는 제품은 압력 밥솥인 ‘쿠쿠’입니다. 중국 청도에서 쿠쿠 밥솥과 비슷한 제품을 생산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북한 사람들은 한국산을 더 선호한다고 10년째 단동에서 장사하고 있는 이미자 씨는 말합니다.

기자: 북한 사람들이 한국 제품을 좋아합니까,

이미자: 원산, 청진, 남포에서도 사람들이 들어와요.

그는 인천과 단동을 오가는 보따리상들로부터 물건을 받아 단동에서 팔고 있습니다. 한국 제품을 사가는 사람들은 중국 조선족들도 있지만, 그 중에는 북한에서 나온 상인들도 있습니다.

<다른 한국 가게>

40대의 한 중년 여성이 여러 개의 보온밥통 중에서 하나를 골라 메고 거울앞에서 이리저리 비춰봅니다.

북한여성: 이거 얼마예요?

사장: 350원($ 50)이요.

북한여성:
좀 깎아주세요.

사장: 아니요 절대로 한 푼도 깎을 수 없어요.

기자:
예쁜 피양(평양)아줌마인데 좀 깎아주세요.

사장:
아니 가져온 가격이 얼만데 절대 안돼요.

평양 아줌마는 아쉬운 듯 중국 돈 30원을 만지작거리다가 겨우 내놓고 돌아섭니다. 가게 사장은 여인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자 “꼭 살 사람들은 사 간다니까”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요즘 북한 사람들이 돈 없는 것 같아? 있는 사람은 엄청 많아”라고 말합니다. 북한 고위층들이나 무역 일꾼들일수록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가 높습니다. 왜냐면 한국 제품은 질적으로나 설계(디자인)면에서 아주 우월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귀국하기 전에 한국 가게에 들러 지인들에게 줄 선물이나 자신이 쓸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현지에서 장사를 하는 한국인은 말합니다.

이들이 구입한 한국 제품은 북한 세관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상표에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표시가 있으면 어김없이 회수품이 됩니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세관을 통과하기 전에 한국 상표를 가위로 자르거나, 자를 수 없을 경우에는 매직, 즉 형광펜으로 지워가지고 들어갑니다. 종이박스로 포장되어 있는 것은 겉포장을 다 버리고 알속만 가지고 갑니다.

최근에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 제재가 시작되면서 한국 상점을 찾는 북한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중국에 나온 북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여유로운 물건사기(쇼핑)를 하는 건 아닙니다.

<단동의 모처>

얼마 전 친척방문을 위해 단동에 들어온 최성팔(가명)씨는 볼 부은 소리를 합니다.

“인민들 배불리 못 먹고 꺼이꺼이 하고 있는데 핵 한다고 해서, 세계 강국이라고 선포해서 뭘 하는가 거야!”


최성팔 씨는 친척을 방문하기 중국에 들어왔지만, 가지고 나갈 물건이 없어 걱정스럽다고 터놓습니다. 중국에 들어올 때 보위부 외사과에 근 300달러를 뇌물로 주고 겨우 들어왔는데, 이제 나가면 당 간부나 보안서 사람들에게 근 500달러의 물건을 바칠 일이 까마득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당 일꾼이 천연색텔레비전을 사와라, 보안원은 비디오 기계를 사오라, 재봉기를 사 달라, 심지어는 자동 면도기를 사달라는 등 ‘숙제’를 너무 많이 내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 친척들이 쥐어주는 돈은 겨우 1천원~2천 원가량. 이 돈으로 북한 간부들에게 바칠 뇌물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고위층이나 일반 주민들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의 생활격차가 심합니다. 권력을 쥔 당 간부들이나 외화벌이 권한을 얻은 무역일꾼들은 한국 사람들과 비슷한 소비를 하는가 하면 대다수 주민들은 최하층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북한 전략센터 김광인 박사의 말입니다.

“북한이 지금 경제가 바닥상태지만, 내부적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한 당 간부들이나 일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왜곡된 경제체제하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 상태가 극심해지면서 돈을 가진 사람들은 의외로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그 돈을 쓸수 있는 방법이 없고, 돈을 쓴다면 밖에 나와서, 중국에 나와서 사치품이나 호화 품이나 그런 것을 사는 것이죠. 그러한 것들이 우리들 눈에 3자의 눈에 뜨이는 것 같습니다.”


북한 고위층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한국 상품. 앞에서는 남조선이 나쁘다고 교양하고 돌아서서는 한국 제품을 선호하는 북한 특권층들의 두 얼굴을 중국 단동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중국 단동에서 RFA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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