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북-중 국경을 가다] ⑤ 4중 감시망 치고 삼엄한 통제
중국-정영 xallsl@rfa.org
2009-11-06
MC: 지금도 북중 국경지역에는 유엔 대북제재와 경제난으로 살기 어려운 북한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국경지역에 4중 감시망을 치고 두만강을 넘는 탈북자들을 붙잡느라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400km 북-중 국경 지역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고 모두 다섯 차례에 거쳐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강화된 북중 국경 통제”편을 보내드립니다.
<두만강 옆, 택시 안>
한 달음에 건너뛸 수 있는 지척. 강 건너편은 함경북도 회령시 유선구입니다. 이곳에서 측량 작업을 하고 있는 한 중국인은 요즘 들어 북한 국경경비대가 낮에도 잠복을 선다면서 두만강에 세수를 하러 나가기도 무섭다고 말합니다.
기자: 북한 군대들이 낮에도 잠복을 서는가요?
중국인: 그래요. 두만강 물가에 나가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군대가 총 들고 소리쳐요.
기자: 그들이 담배나 술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가요? 좀 주지 그랬어요.
중국인: 주고 싶은데 그들이 총을 쏘면 어떻게 하겠어요?
<회령시 유선구가 바라보이는 둔덕>
북한 쪽 언덕에 지어진 군대 병영. 아마 국경경비대 중대 병영인 듯 합니다. 잠복 교대를 위해 2명의 병사가 총을 메고 산길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들이 걸어가는 쪽을 따라 가보니 군데군데 움막처럼 드러난 잠복초소가 보입니다. 초소간 거리는 약 50m가량 됩니다. 강화된 국경의 분위기를 확 느낄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중국 쪽에는 변방 부대가 차를 타고 두 시간 간격으로 순찰을 돌 뿐 잠복 같은 것은 없어 보입니다.
<탈북자들이 많이 넘는다는 통로>
길 안내를 맡은 조선족 박철남(가명)씨는 이곳으로 탈북자들이 많이 넘어온다고 귀띔합니다. 오늘 저녁에도 여성 두 명이 이곳을 넘어 오기로 되어있다고 말합니다. 두만강은 어떤 곳은 100m가 넘는 여울목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30m 가량 좁은 급류 지역도 있습니다.
<도문-연길 버스 안>
도문 세관을 떠나 연길로 들어오는 버스에서 중국인 차장이 탈북자를 떠올리며 연방 혀를 찹니다.
기자: 요즘 북한 사람들이 건너오지 않습니까,
차장: 이전에 조선 사람들이 많이 도망쳐 건너왔는데, 요즘은 자꾸 잡아서 줄어들었어요.
기자: 그 사람들은 건너와서 어떻게 삽니까,
차장: 산골로 들어가서 중국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합니다.
북한과 자주 연락하고 있는 또 다른 중국 조선족 김병철(가명)씨도 올해부터 북한에 후계자가 등장하면서 국경경비가 강화되었다고 말합니다.
기자: 요즘 국경경비가 심합니까?
김병철: 지금 4중으로 경비를 서고 있어요. 국경경비대, 관할 군부대 보위사령부, 민간 국경봉쇄선, 가을걷이 식량 단속반 등이 국경으로 나가는 길을 막고 증명서 검열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하면 보위부로 끌어가요.
기자: 구체적인 사례는 있습니까,
김병철: 얼마 전에 회령에서 탈북 하던 11명 가족이 모두 체포되었어요.
북한의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은이 지난 9월 함경북도 주둔 북한군 9군단을 현지지도하면서 국경경비를 강화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북한 내부에서는 “90년대 이전까지 최전선은 남북이 마주선 군사분계선이었는데 지금은 북중 국경지역”이라는 말이 돈다는 것입니다. 생각 같아서는 북한이 군사분계선처럼 북중 국경을 철조망으로 가로 막고 싶지만, 1,400km를 다 막기에는 벅찬 모양입니다. 그러나 회령시와 온성군 등 주요 탈출 통로에는 지금도 철조망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병철: 철조망 치기가 중단되었는데 지난 8월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중국 쪽에는 2005년에 비단섬과 아주 가까운 동항(東港) 지역에 일부 철조망을 두른 적이 있지만, 지금은 특별히 공사가 진행되는 곳은 없어 보입니다.
<이뿌콰 중국인과의 대화>
한 걸음만 나가면 북한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뿌콰(一步跨). 만리장성의 시작되는 호산장성(虎山長城)에서 약 1km 떨어진 곳은 북한과 육지로 잇닿아있습니다. 단동에서 장사 하며 살아가는 한 한국인은 과거에는 물건을 요구하는 북한 군인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배를 타고 북한쪽을 한 바퀴 돌아도 그런 현상을 보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한국인 사장: (군대가)안보여. 밖에서 보면 숲에 다 숨어있어요. 우리 가서 ‘안녕하세요?’라고 하면 나오거둔요. 보초병들이 막 사는지 죽는지 모르고 총까지 다 버리고 나왔는데…
중국인들은 만약 북한이 붕괴되거나 개방되면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중국으로 탈출해 오는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통제할 수 있게 조금씩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중국 도문변방>
두만강 물 건너편 언덕에는 옥수수 이삭주이를 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뜨입니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북한 주민들. 90년대 중반에는 배가 고프면 중국으로 비교적 쉽게 도망쳐 나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4겹의 감시망이 앞을 가로 막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경을 넘는 도강비도 대폭 상승했습니다. 한 사람이 두만강을 넘어 중국 연길까지 들어오는데 드는 비용은 한국 돈 250만원($2,300). 이 돈은 북한의 길 안내자와 군대, 그리고 중국인 길 안내자가 나누어 가집니다.
중국에서 태국이나 베트남 등 제3국으로 탈출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더 높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탈출을 포기하고 조금만 더 참으면 살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허황한 기대에 젖어있지만 누구도 배고픈 주민들을 돌봐줄 사람은 없습니다. 북중 국경지역에서 그래도 밀수로 물건이 좀 들어가긴 하지만, 그것으로 2천3백만을 다 먹여 살리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얼마 전 온가보(溫家寶)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고 신의주 대교 건설을 건설해주겠다는 등의 경제지원 합의를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단동 사람들은 앞으로 북한이 열리면 단동이 발전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젖어있습니다.
<단동-신의주 대교 건설 예정 현장>
기자: 중국이 다리를 건설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중국인: 개방하면 좋지요. 다 같이 잘살고…
그러나 북한이 지금처럼 북미 양자대화에 매달리면서 6자회담 참가를 지연한다면 중국의 경제지원도 그만큼 지연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인애: 90년대 까지만 해도 북한 사람들은 일본의 식민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의 식민지가 되었다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핵을 고집하며 독선주의를 펼치는 북한. 과연 그 핵이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피해가 되는지 북한 정부가 모를 리 없습니다. 그 속에서 인민들은 사회주의를 지키느라 죽어가고, 북한의 고위층들은 외화벌이를 해서 번 돈으로 사치품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개방에로 손짓하는 중국. 자력갱생을 외치며 문을 닫아걸고 있는 북한. 그 관문인 국경지역에서는 지금도 긴장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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