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통신] 재정난 겪는 한민족대안학교

2009-09-15

남한 내 탈북 초등학생들을 겨냥한 대안학교로 이름난 한민족대안학교가 현재 임대하고 있는 아파트의 임대료를 내지 못해 자칫 퇴거당할지도 모를 위기에 처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

RFA PHOTO/변창섭

한민족대안학교의 최옥 교장(왼쪽)과 학생들.

한민족대안학교의 최옥 교장은 조만간 임대료를 구하지 못하면 통학생 7명은 물론 학교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배움에 힘쓰고 있는 13명의 탈북 학생들이 배움의 보금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각계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서울통신>이 최옥 교장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현재 남한에는 탈북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대안 학교가 있습니다. 하늘꿈학교처럼 기숙형 대안학교도 있고, 여명학교나 셋넷학교처럼 통학형 학교도 있습니다. 또 탈북 성인들이 야학할 수 있는 자유터학교도 있고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이용해 탈북 학생들에게 보충학습을 해주는 한겨레계절학교도 있습니다. 그밖에도 한누리학교나 공릉종합사회복지관같은 곳은 방과 후 공부방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대안 학교 가운데서도 서울시 양천구에 있는 한민족대안학교는 주로 초등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삼아 탈북자 교사가 전일제 식으로 가르치고 보살핀다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지난해 5월 처음 문을 연 한민족대안학교는 지금까지 40여명의 학생을 모집했습니다. 그 가운데는 4명의 학생이 입교 6개월 만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특히 중학 과정의 두 학생은 특목고를 목표로 공부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한민족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7명의 통학생은 제외한 나머지 13명의 학생들이 전원 숙식을 함께 하며 생활합니다. 이들은 남한에 정착한 다른 탈북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습 능력의 차이 때문에 처음부터 남한의 일반 학교엔 진학할 수 없는 학생들입니다. 게다가 탈북여성이 중국에서 조선족과 결혼해 태어난 아이들은 한국어도 못해 고민인데, 이런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한민족대안학교라고 최옥 교장은 말합니다.

최옥: 초등학교 부문을 우리가 전문으로 하고 있고, 어릴 때부터 기초를 닦아서 여기서 정착할 수 있도록 하고, 탈북 여성이 중국에 오래 있다 보니 태어난 탈북 2세들이 있는데 중국어는 능통하지만 한국어는 불가능하다. 일반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없다. 탈북 선생이 중국어도 알기 때문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탈북자 선생은 책임감이 무척 강하다.

이처럼 딱한 탈북 학생들에게 배움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온 한민족대안학교가 임대료를 내지 못해 큰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북한에서 사범학교를 나온 교사 출신인 최옥 교장의 말입니다.

최옥: 이거 시작할 때는 임대료를 드리기로 했는데 선생님 인건비도 지금 겨우 나가고 밀리고 있다. 인건비를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임대료를 월 2백만원을 생각했는데 우리가 아직은 제대로 안정이 안 된 상태고, 또 세운지도 1년 밖에 안돼서 임대료를 드릴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년간 약 440만원은 드렸는데 터무니없이 작은 액수다.


현재 한민족대안학교가 세들어 있는 양천구 내 아파트는 전직 탈북 교사인 최옥락 선생이 2천만원을 투자하고, 탈북자들을 위해 힘써온 최화목 목사가 빌려준 것입니다. 약 30평의 이 아파트에서 13명의 학생들이 공부는 물론 숙식까지 해결하다보니 비좁기만 합니다. 최화목 목사는 지난해 5월 한민족대안학교에 아파트를 사실상 무상으로 임대해주었지만 근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 방을 비워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최옥 교장은 밝혔습니다. 상황이 급박하자 최옥 교장은 사회 단체와 정부 측에 도움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발표하는 한편,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옥 교장이 백방으로 뛰면서 한민족대안학교를 살려보려고 노력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한민족대안학교를 남한에선 처음으로 탈북학생들을 영재학교로 키워보겠다는 욕심 때문입니다.

최옥: 저희가 전반적으로 탈북 청소년 영재교육을 꿈꾸고 있다. 시설은 돼 있지 않지만, 잘 가르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이 풍부하다. 저도 국제 디지틀 대학 영어과에 진학해 모든 과목이 A+다. 제가 아이들 영어와 수학을 맡는데, 영어과목의 경우 4명이 시험을 쳤는데 2명이 100점을 맞았다.

실제로 최옥 교장에 따르면 올해 초 검정고시 시험에서 북한에선 알파벳도 모르던 학생들이 단 몇 달 동안 초등학교 전 과정을 습득해 평균 93점을 얻었습니다. 최옥 교장은 한민족대안학교가 영재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은 탈북 초등학생들을 교육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변에서 초등학생 대신 중고등 학생들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면 남한 정부의 지원이 더 많다는 권고도 있었지만 최옥 교장은 개의치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돈 때문에 교육 사업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최옥: 저는 돈 때문에 이 학교 운영하지 않는다. 꿈이 있고 미래가 있고, 아이들이 좋은 학교, 명문대학에 보내는 게 저의 꿈이다. 처음 이 일을 할 때 주변의 한국분들이 코웃음을 쳤다. ‘탈북자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라고. 저희 앞에서 공개적으로 코웃음을 쳤다. 저는 통일부를 찾아갔을 때도 그랬다. 반드시 이 학교를 대한민국의 모델로 만들겠다. 이 학교를 돈으로 세운 것도 아니고 탈북 선생들의 눈물과 피땀으로 세웠다.


현재 한민족대안학교에는 물심양면으로 20여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탈북 교사 4명과 이름을 밝힐 수 없는 10여명의 남한 자원봉사 교사들이 있습니다. 4명의 탈북 교사는 북한에서 모두 초중등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한 자원봉사 교사 가운데는 이름만 대면 알 정도의 유명한 영어 교사도 있고 수학 교사도 있습니다. 이런 교사 밑에서 자라는 학생들을 우선은 훌륭한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시키는 게 최옥 교장의 목표입니다. 한민족대안학교에는 초등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내년 봄 중등학교 검정고시를 앞둔 공국진, 여효심 두 학생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상산고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공국진 군(15)의 말입니다.

공국진: 공부가 재미있다. 선생들이 잘 가르쳐주고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보게 하고. 수학하고 영어가 재미있다. 상산고 가고 싶다. 그래야 꿈이 열리니까. 그래서 대통령 아니면 컴퓨터 과학자가 되고 싶다.

공국진 학생이 말한 상산고는 지난 1981년 전라북도 전주에 설립된 유명한 자립형 학교입니다. 최옥 교장은 얼마 전 상산고 설립자인 홍성대 이사장을 만나 한민족대안학교 출신 학생이 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청원하기도 했습니다. 최옥 교장은 홍 이사장에게서 “아이들을 잘 공부시키기만 해라”라는 답변을 듣고 큰 힘이 됐다고 합니다. 현재 공국진군과 여효심 두 학생은 유명한 남한 영어교사와 수학 교사의 특별 과외지도를 받고 있다고 최옥 교장은 밝혔습니다.

이처럼 학생들을 잘 교육시켜 남한 사람들도 부러워하는 국제중학교나 특목고에 진학시키겠다는 최옥 교장의 꿈은 크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녹치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자금난이 가장 큰 애로 사항입니다. 그렇지만 탈북 학부모들이 한민족대안학교를 믿고 아이들을 맡긴다는 생각을 하면 최옥 교장은 좌절하기 보다는 힘을 얻습니다.

최옥: 우리가 부모와 같은 심정으로 또는 부모를 능가하는 교육 지도를 해준다. 사실 부모가 아무리 특목고 원해도 보낼 수 있는가? 그러면 우리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우린 부모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이 아이들을 책임지겠다고. 정말 부모님들이 이 아이들의 미래가 담보될 수 있다고 해서 우리를 신뢰하고 맡기는 것 같다.

현재 한민족대안학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10시부터 저녁 5시까지 4명의 전담 탈북교사와 여러 명의 남한 자원봉사 교사들이 국어, 수학, 과학, 영어, 사회, 컴퓨터, 미술, 음악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는 ‘전일제 학교’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민족교육학교는 이런 전일제 학교가 아닌 ‘방과 후 프로그램’ 운영 학교에 상응한 소액 지원을 받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한민족대안학교는 지난해 정부 보조금 1천260만원을 포함해 교회와 단체와 민간 회사 등에서 받은 지원금을 포함해 3천980만원을 받았지만 올해는 9월 현재 작년의 절반 정도인 1천767만에 불과해 자금난이 심각한 실정입니다. 그 때문에 최옥 교장은 전일제 학교에 상응한 지원을 해달라며 통일부와 교육부 등 관련 부처 관계자들을 만나 사정을 설명했지만 시원한 답변은 듣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오디오
오디오 (다운받기)
이메일
뉴스레터
프린트
기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