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문제는 유엔에서 세 차례나 대북인권결의안이 채택됐을 정도로 국제사회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한지 오래이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은 몇 년 전부터 별로 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북한인권의 국제적 관심 확대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의 필요성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김상헌 이사장. RFA PHOTO/ 변창섭
이와 관련해 남한의 비정부 기구인 북한인권정보센터의 김상헌 이사장은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이려면 지금처럼 문서 위주의 활동보다는 북한의 인권참상을 시청각 자료로 만들어 국제 사회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서울통신>에서는 이달 초 캐나다에서 열린 북한인권포럼에 참석하고 돌아온 김상헌 이사장으로부터 북한인권의 국제적 관심 확대와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의 필요성에 관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기자: 이달 초 캐나다에서 열린 북한인권포럼에 다녀오셨는데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까?
김상헌: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 탈북동포 문제가 2002년이 절정에 달했고, 그 다음부턴 줄어든 것 같지는 않지만 더 널리 알려지는 데는 한계가 왔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제사회의 관심은 그대로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만큼 관심이 많지는 않지만 현재 수준의 국제사회의 관심으로 인해 그동안 많은 탈북 동포가 국제사회의 보호를 받았고 북한인권 문제에 관해 여론도 환기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 동포도 국제사회의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방금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고 했는데,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봅니까?
김상헌: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첫째는 그분들이 국제사회에서 탈북동포들과 인터뷰를 절대로 필요로 하는데, 여기에 대해 현재 탈북동포들이 어떤 오해를 갖고 있어 인터뷰에 응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가 발굴한 정보들이 아주 효율적이지 않았습니다. 우린 지금까지 문서 위주의 분석된 자료를 국제사회에 배포해 많은 관심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활동을 했는데, 그 결과 우리가 상당히 만회했습니다.
극적으로 유엔총회에서 3년째 북한인권결의문이 채택됐고 유엔에서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임명했고 세계언론에서 북한인권 문제와 탈북 문제를 보도하지 않은 언론이 없을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 우리의 성적, 예를 들면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 결의문이 통과됐을 때 찬성하는 나라가 전체 회원국 200개 가운데 110개국 정도였고 반대하는 나라가 약 20개국이었습니다. 나머지 60-70개국은 기권을 한 상태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 이상은 못 오지 않느냐, 그래서 방법을 바꿔야겠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 방법은 문서위주로 하는 것보다는 시각적인 효과에 호소하는, 예를 들어 어떤 탈북자의 증언내용이 있을 때 이것을 문서로만 하지 않고 컴퓨터 그래픽 같은 것을 동원해서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하면 더 많이 주목을 받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북한인권결의문 채택할 때 기권하는 나라들 중에서 60개국을 찬성쪽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전체 찬성국이 150, 160, 170개국이 된다면 북한인권 문제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도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중국과 러시아도 이걸 거부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문서 위주가 아니라 동영상을 통해서 호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려고 합니다.
기자: 그렇지만 문서위주의 작업도 중요한데요. 특히 북한인권 침해 사례를 기록할 수 있는 북한인권기록보존서를 공식적으로 설립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습니다. 왜 이 시점에서 그런 기구가 필요하다보 봅니까?
김상헌: 이건 기본적인 것입니다. 북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떠돌이 말로는 안 됩니다. 구체적으로 사방에 널려있는 증언자료, 목격담, 경험담을 하나하나 보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확히 대처하는 기초가 됩니다. 우리가 10년 전부터 이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당시 정부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몇몇 사람이 맨손으로 창립해 그 나름대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이뤄놓은 바를 되돌아보면 맨손으로 어떻게 저 정도까지 할 수 있었나 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힘을 합쳐 제대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운영했으면 합니다.
기자: 한나라당의 윤상현 의원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을 보면 국가인권위원회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하도록 했는데요, 어떻게 봅니까?
김상헌: 우선 북한인권법안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문제가 언급이 됐다는 것에 감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의 중요성, 심각성, 전문성은 입법하시는 분이 충분히 파악한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게 쉽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하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은 아닙니다. 보다 신중하게 여론을 통해, 공청회를 통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합의점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 조사도 없이 아무 기관이 맡는다 하는 것은 염려스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기자: 그만큼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공식적으로 출범한다는 것이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말입니까?
김상헌: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가령 기록보존소라고 하면 목적이 뭐고, 어느 범위까지 취급하느냐 기술적인 측면에서 논란이 있습니다. 이건 우리가 해봤지만, 앞으로 이보다 충실한 내용이 되려면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가 돼야 하고 그런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선 논란의 소지가 없습니다.
기자: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출범하면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상헌: 줄 수 있다고 볼 순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 보면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처음부터 명쾌하게 입장을 설정한다면 피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국민의 정부가 처음 김정일 위원장과 회담했을 때 이 문제가 제기됐는데 당시 김 위원장이 “나를 배신하고 조국을 떠난 배신자를 왜 남한에서 돕느냐?”라고 했을 때 남한 측이 명쾌하게 대답했습니다. 즉 “탈북동포가 북한을 탈출하는 것은 우리가 책임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에게 살려달라고 할 때 어떻게 거절하느냐?”라고.
사실 탈북동포 문제가 상당히 예민한 문제이지만 이렇게 사전에 선을 명확하게 그어놓았기 때문에 그동안 탈북동포는 남한이 계속 받아들였습니다. 그 때문에 남북화해에 지장이 안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여기에 대한 타당성을 북한에게 단호하게 얘기하고 인권이라는 문제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운영할지 아니면 민간에게 맡길지는 더 연구해야 하지만 완전히 민간에게 맡기는 경우 가급적 국제사회와 연대해 일하면 남한 정부도 북한 당국에 대해 ‘대한민국은 자유로운 사회이기 때문에 민간단체가 하는 건 정부가 막을 수 없다, 국제사회가 하는 걸 막을 수 없다’라고 하면 됩니다. 이것을 북한과 대화에 전혀 지장이 없게 잘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