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아파트 주민, 10년 동안 우물물 먹어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3.06.26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인 물! 물은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자원이지만, 아시아에서 다섯 명 중 한 명은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습니다. 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 반해 세계의 절반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연중기획 <물 프로젝트>를 통해 북한의 물 부족 상황과 식수 사정 등을 전해드립니다.

<아파트 주민도 10년 동안 우물물 먹어>
- 2013년 3월, 평안남도 평성시의 아파트
- 다른 주민이 쓰지 못하도록 우물 위 철문과 자물쇠
- 전기 사정의 악화, 낡은 수도관 탓에 수도 단절
- 아파트 주민 스스로 돈을 모아 양수기 돌리기도
- 열악하고 허술한 사회자본의 관리, 고생은 고스란히 주민에게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조자가 지난 3월에 촬영한 평안남도의 평성시의 아파트 앞의 모습입니다.




아파트 주민이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있습니다. 취재협조자가 ‘먹는 물이냐?’고 물어보니 ‘먹길래 길어가는 것 아니냐?’며 먹는 물이라고 대답합니다. 또 이 주민은 자신이 10년 동안 우물물만 먹었다고 말하는데요,

- 먹는 물이에요?

[북한 주민] 먹는 물이에요. 먹길래 길어가지

- 아니 난 또..생물을 길어 먹고...

[북한 주민] 끊이지 않고 있는데, 몰라.
[북한 주민] 난 여기 와서 10년 동안 이 물만...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우물 위에 철로 된 뚜껑을 씌워 놓았는데요, 다른 주민이 쓰지 못하도록 자물쇠로 잠가놓기 위해서입니다.

이처럼 아파트에 사는 북한 주민도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양수기를 가동할 수 없어 우물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요, 아파트 주민이 우물물을 이용하는 것은 흔한 광경입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평양 시내도 고급 아파트, 간부용 아파트, 부유층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수돗물이 잘 안 나옵니다. 영상에서도 10년 동안 우물물을 먹었다고 하잖아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하나는 전기 사정의 악화 때문에 펌프기를 쓰지 못해 물이 안 나오는 경우가 있고, 또 하나는 낡은 수도관을 바꾸지 못해 그렇죠. 아파트에서 우물을 쓴다는 것은 평양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라고 합니다.

특히 고층아파트에 사는 주민은 물을 길어 집까지 들고 올라가는 것 자체가 고생입니다. 또 이시마루 대표는 아파트 전체에서 돈을 모아 양수기를 가동해 우물물을 수돗물로 바꿔 쓰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Ishimaru Jiro] 수도시설은 체계적인 인프라인데, 그것 자체가 마비된 것이잖아요. 결국, 체계적인 수도 공급의 회복을 포기하고 아파트마다 우물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주민 스스로 돈을 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 당국이 해야 할 일을 북한 주민이 스스로 해결해간다는 건데요, 이번 영상은 북한 당국이 수돗물이라는 기본적인 사회자본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복구도 하지 못해 불편함과 고생이 고스란히 북한 주민에게 미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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